RPC 도정시설, 농사용 전기요금 도입 시급하다
RPC 도정시설, 농사용 전기요금 도입 시급하다
  • 안호영
  • 승인 2016.08.23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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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다. 한·미, 한·중 등 다국적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산물의 대외개방이 확대되면서, 값싼 농산물의 대량 유입으로 국내 농업 생산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쌀값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쌀 생산농가의 한숨이 깊어만 간다. 국내외 쌀 산업 환경변화에 따른 쌀 생산농가의 소득 안정과 쌀 산업보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최근 미곡종합처리장(RPC) 도정시설에 대한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 논란이 뜨겁다. RPC 도정시설에 산업용이 아닌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문제는 농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RPC는 정부의 추곡수매제 폐지와 농촌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쌀 산업 여건 속에서 쌀 생산농가의 RPC 시설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그러나 RPC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쌀이 시중으로 유통되기 전 쌀의 세척, 도정 등 가공을 담당하는 RPC 도정시설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해 쌀을 도정하면 할수록 손해이다. 쌀 산업에 있어 RPC 도정시설이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산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도정이 제조업이라는 이유로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한다. RPC 시설의 경우 건조·저장·도정이 일관체계로 설치되어 있으나, 전기요금은 건조·저장시설은 농사용 전기요금을, 도정시설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각각 따로 적용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도정업 설비를 산지유통시설과 동일하게 수확 후 관리 설비로 보지 않고 제조업의 하나로 간주하여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RPC 도정시설은 쌀 소비를 위하여 조곡의 보관저장 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상품화 시설이다. 단순히 쌀 껍질을 벗기는 것을 식품가공이라는 제조업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쌀을 만드는 과정까지 농업인이 수행하는 쌀 생산과정으로 봐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벼를 백미로 가공하는 1차 가공공정은 쌀의 성분과 원료형태에 변화가 없어 원료의 형태가 완전히 없어진 식품으로 제조하는 2차가공과는 전혀 다르다. 게다가 산지유통센터,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 등 유사 농산물 상품화 시설에는 이미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있기에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RPC 도정시설 전기요금은 지난 2011년 한·미 FTA 협상 당시 국내 농·축·수산 보호를 위해 미곡종합처리장(RPC), 산지유통시설(APC), 가축분뇨처리장, 굴껍질처리장,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 등 5개 관련시설에 대해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가 쌀이 한·미 FTA 협상품목에서 제외되면서 철회되었다. 그러다가 2015년 11월 한·중 FTA 여야정합의체 논의 끝에 RPC 도정시설의 전기요금을 20퍼센트 할인하도록 결정하였다. 한전은 2016년부터 RPC 전기요금의 20퍼센트를 인하하는 전기공급약관의 특례조항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농사용 전기요금보다 할인 폭이 작고, 신청자에 한해 신청일로부터 요금정산액에서 20퍼센트를 할인해 주고 있다. 한전의 약관 특례조항에 규정하여 특례가 삭제되면 할인 적용은 어렵다. 언제라도 변경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농민들은 불안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RPC의 도정시설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농사용 전기요금보다 약 3배 정도 비싸다. RPC 도정시설 전기요금이 농사용 전기요금으로 전환될 경우 전국 RPC 전기요금 절감액이 약 121억 원에 달한다. 전기요금이 절감되면 RPC의 경영수지가 개선돼 쌀 생산농가로부터 원료 매입량을 늘려 쌀 생산농가 전체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으며,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에도 기여할 수 있다.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한다는 의미는 경제ㆍ사회적 약자인 농업인 보호와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사회적 편익에 대한 정책적 배려이다. 쌀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식량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초산업이며 생명산업이다. 쌀은 유일하게 자급하는 곡물로 우리 농업의 마지막 보루이다. 쌀 관세화, 다국적 FTA 체결은 공산품 수출을 위하여 농산업이 희생한 것이므로 농산업 피해 보전 차원에서 다양한 제도적·재정적 지원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쌀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값싼 수입쌀이 밀려오면서 쌀 생산농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RPC 도정시설에 산업용이 아닌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함으로써 농업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업인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농업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곧 대한민국 미래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다.

 안호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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