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서 3D 한국영화가 실종된 이유는
극장가에서 3D 한국영화가 실종된 이유는
  • 연합뉴스
  • 승인 2016.08.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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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D 한국영화 단 2편…"제작비 많이 들지만 수익성 낮아"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달 19∼21일 영화 '덕혜옹주'의 관객 수가 50만1천405명으로 '스타트렉 비욘드'(49만3천135명)보다 많지만 매출액은 41억6천만원으로, '스타트렉 비욘드'(45억6천만원)보다 5억원 적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올 3월에도 있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비극적 삶을 그린 '귀향의 3월 17일 관객 수는 2만9천117명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만8천128명)보다 많으나 매출액은 2억원으로, '주토피아'의 2억2천만원보다 적었다.

한국영화와 외화가 박스오피스에서 근접하게 맞붙었을 때 관객 수와 매출액이 이같이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3D, 아이맥스 등 특별관 상영이라는 요인 때문이다.

일반 상영관과 비교해 관람료가 2천원∼6천원 비싼 특별관에서 주로 외화가 상영되는 탓에 외화가 한국영화에 비해 관객 수가 조금 적더라도 매출액이 더 많을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3D로 개봉한 영화 33편 중 한국영화는 '방안의 코끼리', '인천상륙작전' 등 2편에 불과하다.

이 중 '방안의 코끼리'는 한국영화아카데미가 3D라는 새 영화 기술을 전문 영화인들과 함께 연구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 영화인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상업영화 중 3D로 개봉한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이 유일하다.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는 2012년 이후 한편도 없다.

3D나 아이맥스용 한국영화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은 수익성 때문이라고 영화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3D 영화는 3D로 제작된 영화와 2D로 촬영된 뒤 3D로 컨버팅(전환)된 영화 두 종류로 나뉜다. 엄밀한 의미로 3D 영화는 3D로 제작된 영화를 말한다. '인천상륙작전'은 2D로 촬영된 영화를 3D로 전환해 상영한 사례다.

3D용으로 영화를 제작하려면 고가의 카메라로 촬영해야 하기에 제작비가 상당히 늘어난다. 또 3D용에 적합한 성격의 영화는 대개 볼거리가 풍부한 액션이나 SF영화이므로 이런 소재의 영화 자체가 이미 제작비를 많이 필요로 한다. 국내에서 3D 영화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CGV 관계자는 "할리우드는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기에 돈이 많이 들어도 고객을 그만큼 끌 수 있어 3D나 아이맥스 영화를 만들지만 국내 관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3D나 아이맥스 영화를 만들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3D 제작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영화 '아바타'가 2009년에 전 세계적으로 3D 열풍을 일으키자 국내에서 2010년에 상업영화 중 처음으로 '나탈리'가 3D로 제작됐다. 이성재 주연의 '나탈리'는 노출 정도가 강한 멜로영화로 흥행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듬해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7광구'가 3D로 제작·상영됐다. 윤제균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 우리 기술로 순제작비 100억원을 들여 만든 이 영화는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은 데다가 흥행에서도 관객 224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도 못했다.

2013년에 또 한번의 '담대한' 시도가 있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스터 고'다. 무려 225억을 들여 제작한 이 영화는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흥행에는 참패하다시피 했다. 누적 관객 수가 133만명에 그쳤다.

대작 3D 영화의 잇따른 실패는 후폭풍을 낳았다. 3D로 개봉한 한국영화(제작과 컨버팅 합계)는 2013년 7편에서 2014년 11편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2편으로 급감하고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3D 영화가 관련 전문가들의 예상만큼 대세를 이루지 못한 데다가 '7광구' 등이 흥행에 실패한 이후 3D에 대한 미래가 보이지 않자 제작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다"며 "극장에서도 3D 한국영화를 관객들이 찾지 않아 상영을 잘 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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