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인프라의 공정성
교통 인프라의 공정성
  • 김동근
  • 승인 2016.08.21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르다. 사람마다 타고난 유전자, 식습관, 주위환경 등에 따라 수명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열심히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열심히 노력해도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사회는 경제의 효율성에 무게를 두고 운영되어 왔다.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산업을 발전시켜 왔고 부를 확대해 왔다.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도 자신들의 삶은 힘들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였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부와 권력의 대물림이 심각하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데 누구는 출발선에서, 누구는 50미터, 70미터 앞에서 달리기하는 불공정한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불공정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불공정한 현상은 개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간에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제한된 자원과 재원을 가지고 경제적 효율성을 따져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이야기해 왔다. 경제적 효율성이 높은 곳에 투자한다는 논리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그게 전부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은 이윤창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수익성 같은 경제논리를 앞세워 수익이 창출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윤을 창출하는데 존재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안보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존재의의가 있다.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통인프라의 경우 특히 공정해야 한다. 교통인프라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경제논리가 지배해서는 안된다. 부족한 재원의 우선순위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눈에 보이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KTX 고속철도가 놓이면서 서울에 도착하는 것을 기준으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뀌었다. 부산, 목표, 여수에서 서울까지 3시간이면 도착한다. 형식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반나절 생활권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실질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운행 중인 KTX 편수를 보면 왕복으로 경부선 70회, 호남선은 24회, 전라선은 10회에 불과하다. e나라지표 통계에 의하면 전라선의 경우 2014년 8월의 이용률이 108%로 경부선이나, 호남선 이용률 보다 높다. 2016년 현재 전라선이 지나는 전주, 순천, 여수에 2014년보다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철도 이용률은 2014년보다 훨씬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라선의 수요가 많기는 하지만 증편을 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라선이 간선철도이지만 호남선 계통의 지선철도로 분류되어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익산역을 기점으로 일부는 호남선으로, 일부는 전라선으로 간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라 하더라도 익산역에서 두갈래로 나뉘어 배차가 반토막일 수 밖에 없다. 익산역에서 호남선과 전라선의 복합열차로 운행을 하기 위해 18량 KTX-1 대신 10량 KTX-산천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차량 자체적인 수송능력에 한계가 있다. 전라선을 단독으로 증편하려고 해도 용산역에서 금천구청역까지 선로용량 문제가 발생하여 KTX-1이나 KTX-산천을 추가로 늘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해결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전라선을 단독으로 증편하는 것이 어렵다면 호남선 KTX 시간에 맞춰 전라선에 추가차량을 투입하여 운행하는 것이다. 호남선을 단독으로 운행하던 18량 KTX-1에 10량 KTX-산천을 이어 붙이든지, 그것이 어렵다면 18량 KTX-1 대신 10량 KTX-산천을 이어 붙여 호남선/전라선 복합열차로 운행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호남선 이용객에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전라선을 증편하는 효과가 있어 전라선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 그 밖에 수서발 KTX에 미편성된 전라선을 편성해 단독으로 운행하든지 18회 운행 예정인 호남선을 복합열차로 운행하는 방안을 강구하면 될 것이다.

 열차의 운행횟수는 그 지역주민이나 그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열차 운행횟수를 늘릴 방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논리나 정치적인 논리로 증편 요청을 묵살한다면 이 지역주민들과 방문객들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하게 될 국민들의 시간도 소중함을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이 어느 지역 출신이냐에 따라 예산배정이나 인사가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