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오솔길 ‘체스키 크롬로프’
체코의 오솔길 ‘체스키 크롬로프’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6.08.1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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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부성 명품만들기 <6 >

 체스키 크롬로프(Cesky Krumlov). 체코어로 ‘체코의 오솔길’이란 뜻이다. 다른 중세 도시들처럼 크롬로프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좁은 길 양쪽에는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과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S’자로 완만하게 흐르는 블타바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작은 도시 체스키 크롬로프는 붉은 지붕과 둥근 탑이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에 등장하는 마을과 흡사하다.

 체코가 공산 국가였던 시절 체스키 크롬로프는 작은 시골도시였다. 그러나 1992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UNESCO)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인구는 1만5000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1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다. 주민대비 100배가 넘는다. 자연스럽게 마을주민 중 70% 이상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해마다 6월이면 축제가 열린다. 마을 사람들 절반 이상이 르네상스 시대의 옷을 입고 거리에서 공연을 펼친다. 크롬로프 성에서는 바로크 시대의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회나 18세기 귀족들의 가면무도회도 열린다. <편집자 주> 
 

 

 #1. 역사적·건축사적 중요한 곳

 체스키 크롬로프 성(城)은 13세기 남 보헤미아의 비테크가(家)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세워진 프라하 성에 이어 체코에서 두 번째로 큰 성이다. 16세기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개축하면서 둥근 지붕의 탑과 회랑 등이 추가되었다. 성 안에는 영주가 살던 궁전과 예배당, 조폐소, 바로크식 극장과 정원이 재현되어 있어 중세 귀족의 생활상을 느낄 수 있다. 구시가의 중심지는 중세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스보르노스티 광장’으로 주변에 후기 고딕 양식의 성 비투스 성당 등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이 즐비하다.

 이 마을 중심은 단연 크롬로프 성이다. 이 성은 16세기 르네상스양식 건축물에 18세기 바로크양식이 결합되어 있어 건축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성 전체 건축물은 총 320채에 달한다. 그럼에도 지난 500년간 원형을 잘 보존해오고 있다. 크롬로프에는 20세기 이후 건물이 단 한 채도 없다. 오직 16세기부터 18세기 건축물로만 마을을 구성하고 있다. 다른 도시에 비해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매우 우수하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중세시대 시간여행을 한 듯한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하다.
 
 

 #2. 주민 라이프 싸이클에 맞춰 교육

 크롬로프 성은 마을주민 삶과 동일체다. 어렸을 때부터 성 안에 있는 도서관과 미술관, 공연장에서 문화체험과 지식을 축적한다. 성에 있는 정원에서는 꿈을 키운다. 볼타바 강에서 수상레포츠로 체력을 다진다. 연중 개최되는 각종 축제에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청소년들은 참여해 즐긴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선 자신의 취미와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는다. 요리사, 정원사, 연주가, 무용가, 석공, 목공, 무대제작, 의상디자이너 등 성 유지관리에 필요한 일을 직업으로 갖고 고향을 지킨다.

 체스키 크롬로프 성 관리소장인 파브 슬라브코(Pave slavko) 박사의 설명에서도 확인된다.

 “크롬로프 성에 대한 마을주민들의 애착은 대단하다. 성 보수공사를 비롯해 연중 개최되는 성 관련 축제에 마을주민 70%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일상생활이 되었다. 성을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유지관리는 물론 보수, 축제 개최 등 모든 행사는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다.”

 크롬로프 성은 태어나 자라는 주민들의 라이프 싸이클(Life cycle)과 괘를 함께 한다. 유년시절에는 각종 축제에 들러리로 참여한다. 성 안에 있는 도서관과 박물관에서는 수시로 마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고등학생 때에는 취미와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성 보수공사가 진행될 경우 학생들이 담, 벽, 지붕, 정원 등 각종 보수공사 현장실습에 참여한다. 이 때는 전문가의 지도 하에 진행된다. 보수공사 기술을 습득하도록 배려한다.

 크롬로프 출신 대학생들은 뮤지컬, 오페라, 음악회 등 필요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무대제작, 연주자, 조명, 음향, 배우 등 각자의 소질에 맞는 분야를 선택해 방학기간을 활용해 집중교육을 실시한다. 그리고 인턴을 거쳐 본인의 희망에 따라 필요분야 인력으로 정식 채용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주민들도 참여한다.

 이러한 라이프 싸이클 덕분에 체스키 크롬로프 주민들의 문화자긍심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3. 마을과 주민들은 연중 축제 중

 연간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작은 마을 크롬로프를 찾다 보니 관광객을 대상으로 콘서트 등 문화행사 등을 정기, 비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모두 지역 내 수익으로 연결된다. 크롬로프 성은 문화와 예술을 접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개최하고 있다.

 일례로 18세기 바로크식 극장에서 오페라와 연주회 등 음악페스티발을 개최한다. 마을주민과 함께 16~18세기 음식을 연구, 재현하고 이를 파티로 연결해 전시한다.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또한, 크롬로프 성을 찾는 관광객들의 만족도 제고를 위해 야간경관을 꾸준히 보완하고 있다.

 크롬로프 성에서는 연 3회 페스티발이 개최된다. 6~8월에는 전통극을 공연하는데 3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또, 6~9월에는 크롬로프 국제음악콩쿨이 개최되며, 전통음식 재현행사도 열린다.

 크롬로프를 찾는 관광객들과 친밀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매개로 음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모두 참여해 음식을 준비한다. 이를 위해 성에서는 15년 전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요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부분 주민들이 이미 숙련된 고급기술자 수준이다. 주방장을 비롯해 제빵사, 정원사, 연주자, 댄서, 가수, 의상디자이너, 무용수, 연극배우 등 모두 300여 명에 달한다. 모두가 크롬로프 주민들이다. 행사 때마다 주민들은 전통옷을 입고 재현행사에 참여한다.

 크롬로프는 국가와 주민, 성과 주민의 협력체계가 아주 잘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마을이다.

 
 

 #4. 파브 슬라브코(Pave slavko) 체스키 크롬로프성 총관리소장

 성 전체 건축물은 총 320채이며, 지난 500년간 원형을 잘 보존해오고 있다. 20세기 이후 건물은 아예 없다. 오직 16세기부터 18세기 건축물로만 마을을 구성하고 있고, 다른 도시에 비해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우수하다.

 성을 이루고 있는 각종 건축물에는 문양과 입체문양 등 16세기 벽체, 목조건물, 석조, 지붕 등 모두가 16~18세기 그 당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크롬로프는 체코 정부에서 보존을 위한 실험마을로 지정해 유지 보존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세월이 경과됨에 따라 성 곳곳에서 부분적으로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훼손된 부분을 최소하하며 복원작업을 벌이고 있다.

 성 복원을 위해 연간 10여억 원의 예산을 세워 목공, 화가, 성벽 등 전문가들을 통해 복원하고 있다. 복원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유지관리를 위해 마을주민과 협력체제를 잘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크롬로프 시민들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자긍심이 매우 높다. 마을주민 모두가 관광해설사이자 문화전도사인 셈이다. 또한, 식당 호텔 기념품상가 레포츠업체 등 관광 관련업에 대부분 종사하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에게 있어 크롬로프 성은 삶의 중심이 되어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은 관광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먼저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고 있다. 또한, 성 안 도서관은 자연과학과 지역역사를 주민들이 평상시 활용하고 있는 귀중한 공간이다. 최근에는 지역주민을 활용한 레프팅, 열기구 등 레포츠분야에도 적극 확장하고 있다.
 

글/사진=체코 체스키 크롬로프 한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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