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
인간의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
  • 최정호
  • 승인 2016.08.18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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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포유동물의 얼굴은 털로 덥혀 있다. 개나 고양이를 보라! 인간의 얼굴에서 언제부터 털이 사라져갔을까? 과학자들은 윗입술에 일어난 변화를 유사한 단서로 제시한다. 대부분 포유동물에게 윗입술은 잇몸과 단단히 붙어 있다. 진짜 고양이는 가필드처럼 웃을 수 없다. “소가 웃을 일”이라는 비아냥은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기 때문에 의미가 발생한다. 하지만, 원숭이의 윗입술은 잇몸과 떨어져 있어 다양한 입술의 모양을 만들어낸다. 원숭이 세계에 정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털고르기와 먹이 나누어주기 이상의 소통이 필요했다. 윗입술이 떨어져 다양한 소리와 표정을 만드는 원숭이가 세력을 규합하여 정치적인 성공을 거뒀고, 그들이 더 많은 자손을 남겼던 것이다. 이때부터 주둥이는 공격과 방어의 기능보다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다윈은 이를 “사람의 뇌가 주둥이를 쓸모없는 퇴물로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노화에 의하여 입 주위와 눈 주위에 노화의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눈과 입이라는 두 개의 구멍을 지지하고 동시에 움직이게 해야 하는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우리의 얼굴은 여러 가지 변화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의 얼굴과 몸이 비대칭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개나 말을 보고 우리가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이유이다.

 얼굴 근육은 좌우에 각각 22개가 있다 이 근육들은 다른 근육과 비슷하게 뼈에 붙어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근육과는 다르게 피부에도 연결고리가 있어 얼굴 피부는 움직일 수가 있다. 이것은 등이나 다리의 피부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운동성은 나이가 들면서, 잦은 움직임에 대한 피로 노화를 촉진하고, 중력의 영향에 취약하게 만든다. 뼈도 흡수되고 피하지방도 감소하면서 노화는 40대 이후 임계점을 넘으면서 급가속이 되는 경향을 보인다. 주둥이의 단단한 고정성이 필요한 개나 고양이들은 늙었다고 얼굴에 주름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단단한 공격과 방어에 필요한 고정성보다는 표현을 위한 입과 눈을 비롯한 얼굴의 운동성이 필요하게 되어 나이가 들면 입가의 팔자주름이 깊어지고 뺨은 쳐지고 눈 주위는 쳐지고 미간에는 내 천자의 골을 만든다. 표정의 마술사가 된 대가이다. 이처럼 사회적 관계가 중요해지면서 영장류는 점점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모습으로 진화해갔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신호를 남에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털이 사라지게 되었다. 털 없는 얼굴은 다양한 정보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사회화를 진척시켰다. 결국, 털 없는 얼굴이 ‘문명’을 탄생시킨 첫 계단이다. 털이 사라지자 이마는 환하게 빛나고, 눈썹은 섬처럼 남아 눈과 얼굴의 표현력을 증폭시켰다. 인간의 얼굴에서 주둥이가 입으로 변화한 사건은 털 없는 얼굴과 함께 인간을 되돌릴 수 없는 ‘사회화’의 톱니바퀴 위에 올려놓았다. 털이 없어지자 눈동자는 별처럼 빛났고 붉은 입술은 더욱 붉어졌다.

 살아있는 얼굴은 우리가 가장 흔히 마주치지만 신비로운 대상이다. 우리는 타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즉각적으로 나이, 성별, 건강상태, 기분 등을 알아채지만, 타인의 내적 본질은 짐작하기 어렵다. 타인에 속마음을 알고자 하는 끊임없고 불가능한 욕망은 ‘관상술’이라는 근거가 희박한 기술을 살아남게 했다. 관상술은 얼굴구조를 정신과 혼동하고, 정신과 얼굴구조가 유전적 기원을 함께한다는 가정에 기반을 둔 셈이다. 사람들은 얼굴이 육체의 영혼이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얼굴은 사회적 동물인 우리에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래서 우리는 얼굴을 곳곳에서 찾고, 얼굴은 우리를 사로잡는다. 얼굴은 우리를 ‘개체’로 구분해 준다, 얼굴은 사회적 신분이자 매력을 발산하는 미끼이다. 사람들이 화장하고, 문신을 하는 이유이다. 또 동안술을 원하는 이유이다. 얼굴의 발생과 진화과정을 파악하는 것은 얼굴의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제공한다. 우리는 먼 조상과 가까운 조상 즉 진화의 과정에서 갈라져 나온 다른 포유류의 구조를 통하여 얼굴의 원형을 탐구해갈 수 있다.

 최정호<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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