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담문화 - 우리 조상들, 정신의 문양
꽃담문화 - 우리 조상들, 정신의 문양
  • 김동수
  • 승인 2016.08.1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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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10. 김경희

 꽃담에는 그림이 있고 설치된 장소에 따라 소망이 있으며 집 주인 정신이 살아 있다. 그리고 분위기에 따른 꽃 같은 삶의 이야기로서의 화담(花談)이 깃들어 있다. 꽃담은 안과 밖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으면 들려오는 이야기가 있고, 생각할 수 있는 뜻이 전달되어 온다. 그러므로 꽃담은 ‘말하는 담장’이 되고 화조월색의 판화가 되고, 비 내리는 날에는 꽃담 길 걸으면서 마음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사유의 길목이 되기도 한다.

  꽃담은 양반집 담이나 벼슬하는 이들의 집에서 가능했다. 사 ? 농 ? 공 ? 상 시절에는 거상들의 자금력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했다. 언제 어느 때나 빈?부 차이는 있었다. 집권 세력들의 근친 가족의 여유가 있는가 하면, 그들에게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삶의 혹한은 어금니 시린 아픔이었다. 그럼으로 예부터 체념의 철학이 있어 자살을 막는 마음의 담이 되어 주었다. 천민의 아들도 더 이상 울지 않고 울도 담도 없는 집의 생활 속에 숨 죽여 살면서도 푸른 하늘의 은하수를 창조주의 꽃담으로 알고 우러르며 현실적 고생의 벽을 넘고자 했다.

  하기에 김삿갓의 방랑벽도 생겨나고, 암행어사 박문수 같은 지혜로운 관리가 소리 없이 탐관오리 집 담을 넘었고 홍길동은 의리의 담을 뛰어 넘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사람들은 담장을 원망하지 않았으며 그 담을 허물지 않았다. 담의 쓸모를 인정하면서 기왕지사 그곳에 미의 씨앗을 심고자 했던 것이 우리 조상들 마음 무늬요 정신의 문양 같은 것이었다. 

  경대가 안방 거울이었다면 담장은 그 집 밖 거울이었다. 경대 속에는 그 방과 집 주인의 얼굴이 비쳐지듯 담에는 가족의 얼굴과 마음무늬가 새겨졌다. 그리고 밖에서 보는 담장 면면은 지나가는 길손이나 이웃의 마음을 비쳐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 주었다.

  자기 집 담장을 안에서만 보는 것 아니고 밖에서 보는 면에도 꽃을 심어 무늬를 수놓고 생명의 의미를 새겼다. 이런 담 모양의 미의식을 지니고 살아온 사람들이 우리나라 아닌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싶다. 이웃이 바라보고 개운해 하며 지나가는 나그네가 바라보고 평온을 느끼게 되는 것이 꽃담이다. 외국인이 와서 초가지붕을 보고 뒷산 능선을 바라보듯 그 소박함 속 수수한 어울림의 꽃담 이야기에 취했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은 모든 사람의 안녕과 평안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평화를 사랑하며 순리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그것을 아끼는 백성으로 비쳐지게 했다.

  서양 사람들이 철조망을 만들면서 판자울타리를 쳐 놓고 권총으로 결투를 벌일 때, 우리 조상들은 시가 있고 그림이 있고 구름이 있고 송죽이 있으며, 모란과 학이 있는 꽃담을 만들었다는 게 나는 퍽 자랑스럽다.

  꽃담은 우리 민족의 정신 벽화이다. 그리고 외부로 드러난 가슴 결이요 내 남 모두를 이롭게 하고자 하는 겨레 정신이요 문화의 눈높이였다. 그러므로 볼 때마다 우러르고 싶고 쓰다듬어주고 싶다. 눈 맛 시원한 작품이요 유산 같다는 생각이다. 꽃담 앞에서면 겸손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하여 전주의 한옥마을 풍남동 골목길 옛 참판 댁 담장을 일부러 찾아가고, 카메라를 메고 서울의 경복궁 안 꽃담을 찾아가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언제나 비무장지대(DMZ) 249.4km의 철조망이 꽃담으로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에 잠기기도 한다.
 

 약력 : 1985년 『월간문학』신인상
  『사람과 수필이야기』외 수필집 몇 권
  『시목 詩木』시집 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전북위원회 회장

 
김동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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