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수당에 대한 소견
서울시 청년수당에 대한 소견
  • 이한교
  • 승인 2016.08.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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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어려서부터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성장했다. 사실 어릴 적엔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왜 어른들이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의 50%, 100대 기업의 본사 84%, 제조업의 57% 정도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포화 상태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이 불균형으로 인해 경제, 교육, 기업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양극화가 심화하고 이에 국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30여 년 전부터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뿌리 깊은 수도권 집중이라는 고질병은 고쳐지지 않았다. 필자는 그 이유로 정책의 일관성과 기득권층의 의식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를 원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득권층은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수도권이 잘 살면 자연히 지방이 잘살게 된다는 논리로 수도권 규제가 와해하고 말았다.

 균형이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말하기는 쉬워도 균형이란 어느 분야에서도 쉽지 않은 일로, 힘들고 강력한 추진력과 희생이 따라야 하는 일이다. 때문에 대부분 국민은 완벽한 균형이 아니라 어느 정도 보편적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살면서 심한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때론 양보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마저 포기한 것 같다. 그동안 수십 년간 노력하고 지키려 했던 균형발전 정책을 버리고, 수도권이 가지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집중된 산업경제 등이 발휘하고 있는 원심력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수도권은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수도권 집중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많은 학자가 교통의 혼잡, 주택문제, 소음문제, 범죄문제, 환경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필자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가 심화 되면서 국론이 분열되고 성장엔진이 멈출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자 한다.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수도권 집중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그 중 최근에 있었던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문제에 대하여 얘기하려 한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 처지에서 보면 3,000여명을 선정 매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현금으로 지급한다 해도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 단체에서 보면 의지가 있어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의 입장에서 보면 서울로 가야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이 정책 자체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꺾일 줄 모른 청년실업에 대하여 무겁게 보고 그 짐을 좀 가볍게 해주려는 의도는 칭송받아야 마땅하지만, 어렵지만, 정부가 못하니 대신하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사회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간과한 것 같다. 같은 처지의 청년 실업자가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박탈감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 같다. 시사주간지 월요신문이 네티즌들의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서울시는 청년수당에 대하여 90% 이상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깊게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필자는 경제전문가도 아니다. 그렇다고 국토 균형발전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한 학자도 아니다. 그러나 평범한 필자가 보기에도 서울시 청년수당은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고 있고 단발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물론 청년실업에 대하여 오죽 답답했으면 정부에 항변하는 마음으로 대적했을까 하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이로 인한 대다수 국민이 가지게 될 상대적 박탈감을 조금만 헤아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정말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한 지도자라면 지방 청년에게 취업 및 진로 준비를 위해 써달라거나, 정말 생계가 어려운 취약 계층을 위한 복지 사업 또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금을 내놓았다면 국민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필자가 보기엔 아마 큰 박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본다.

  국토의 균형발전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사태가 수도권 집중현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지도자가 알아야 할 것이다. 균형발전은 기득권 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수도권의 모든 지도자가 먼저 ‘균형 발전이 우리의 미래다.’라고 한목소리를 내며 실천해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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