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동맹 성공의 길
탄소동맹 성공의 길
  • 주낙영
  • 승인 2016.08.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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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가 일을 내긴 낼 모양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인류에게 탄소는 점점 중요한 물질이 되고 있다. 탄소는 산소와 함께 생명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인 원소 중 하나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은 탄소에서 출발하고 그 성분을 구성한다. 탄소는 석탄, 석유, 가스, 숯, 흑연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자연에 분포하는 데 최고의 보석인 다이아몬드도 탄소결정체다. 탄소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무궁무진한 결합 가능성이다. 탄소는 원자 껍질에 다른 원소와 결합할 수 있는 4개의 빈자리를 가지고 있어 수많은 탄소화합물을 생성할 수 있다. 탄소화합물의 종류는 다른 모든 원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을 합한 수보다도 많다고 한다.

탄소화합물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이산화탄소(CO2)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녀석이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의 급증으로 지구가 자꾸 뜨거워지는 바람에 초비상이 걸렸다. 한편, 요즘 한창 주목을 받는 있는 게 탄소화합물을 활용한 탄소산업이다. 탄소산업이란 여러 가지 탄소 원료로부터 인조흑연, 탄소섬유,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카본블랙, 인조다이아몬드 등 탄소계 소재를 개발하여 이를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에 활용하는 산업을 말한다. 탄소소재는 소재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장점이 있는데 우선 가볍고 질기다는 것이다. 특히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의 경우 철강에 비해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나 되면서 무게는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골프채나 낚싯대, 스키 같은 스포츠용품은 물론 자동차, 항공기, 선박, 풍력발전기, 건축용 빔, 압력 탱크…… 등 다양한 산업용도에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억제해야 하는데 초경량, 고강도의 물성을 지닌 탄소섬유는 철강의 대체재로 크게 각광받게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쉽게 흡착 제거할 수 있는 물질이 활성탄이기도 하다. 이처럼 탄소로 생긴 문제를 탄소로 해결하는 길이 열렸으니 이런 경우를 ‘결자해지’라고 하나?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지닌 탄소산업 육성을 위해 전북과 경북이 손을 잡았다. 이른바 탄소동맹이다. 탄소산업은 전북도가 먼저 시작했다. 아무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10년 전부터 그 가능성을 보고 도전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전북에 탄소산업의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어온 송하진 지사의 혜안이 놀랍다. 경북도는 지역 산업계의 절박한 요구에 지자체가 부응한 결과이다. 세계 경기침체로 포항철강단지가 큰 위기를 겪는 가운데 철강을 소재로 하는 기계·자동차부품업체들의 신소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 지역 180여개 자동차 1차 벤더업체는 물론 탄소소재 직접 연관기업 61개사, 전후방 탄소산업관련 기업 1800여개사도 이 같은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탄소섬유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지닌 일본 도레이사가 이미 구미에 공장을 짓고 2013년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간 사실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탄소산업 관련 기술은 국가간 이동이 통제되는 국가전략 품목으로 미국과 일본의 글로벌 몇 개 기업이 생산을 독점해 왔다. 우리 기업과의 기술격차도 매우 커 국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단기간에 이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범위도 워낙 넓어 어느 한 지역,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다행히 이번에 ‘탄소산업육성법’이 제정되고, 전북과 경북이 공동으로 제출한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할 예정으로 있어 추진에 날개를 달게 되었다. 양 도간의 협력체계 구축은 그동안 취약점으로 거론됐던 탄소산업의 수요·공급간 밸류 체인(value-chain)을 연결하고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경제적 실익의 공동추구로 동서화합의 물적 토대를 닦는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다소 오해와 갈등이 있기도 했지만, 기왕 공동추진이 결정된 만큼 서로 신뢰하고 타협하면서 협력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주낙영<지방행정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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