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시대 학교의 변화
알파고 시대 학교의 변화
  • 차상철
  • 승인 2016.08.15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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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준 알파고는 사람들에게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선택하고 활용하는 능력까지 갖추는 알파고는 인류가 이제껏 마주한 기술과는 차원이 달라서 사람들에게 두려움까지 주고 있다. 이러한 알파고 충격을 통해 누구나 동의하게 된 것은 바로 우리의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식 전수 위주 교육의 무용성이 지적되면서 학교교육에 대한 근본적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시대에 인간은 지금보다 더 편리한 삶을 누릴 수도 있겠지만, 부작용도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우선 인간이 하고 있는 많은 일과 일자리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이미 스마트폰은 내가 기억하고 챙겨야 할 많은 일들을 대신하고 있으며, 첨단 기능을 갖춘 산업용 로봇들이 생산라인에 투입되어 노동비용 절감 효과를 보이며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앞으로 단순 사무직은 물론이고 많은 지식집약적인 전문 직종들까지도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인간 소외현상도 우려된다. 인간은 스스로 과학기술을 통해 탄생시킨 인공지능에 밀려 더 이상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주체의 자리에서 밀려나 객체로, 대상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특히 과학기술을 관리하는 거대자본은 보통의 인간들을 관리대상으로 하고 인간 소외의 사회구조적 변화를 가속할 수도 있다. 터미네이터를 위시로 하여 그동안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기계의 지배,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자본에 의해 만들어지는 인간 소외의 사회구조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학교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할까? 첫째, 협업을 통해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 지식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스마트폰 하나면 얼마든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지식 습득과 개인의 성공을 중시하는 경쟁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전의 창의성이란 각자의 역량을 경쟁하는 것이었으나 지금 시대의 창의성은 협력으로 함께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 상대를 배려하며 존중하는 공감적 정서를 갖춘 사람을 기르는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 알파고를 계기로 지금과는 다른 교육을 상상해본다. 일정한 지식을 배우며 각자의 역량을 키우는 대신 모두가 역량을 공유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다른 사람이 함께 쌓은 지식 위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사회 전체의 지적 역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내가 세상을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아이작 뉴턴의 말은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인간 존중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스스로 만들어 낸 인공지능에 지배당하고 소외될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먼저 인간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회복하고 불평등을 배격하기 위한 교육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인간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산업화 사회의 요구에 맞춰 생산적인 인재 양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소홀히 해왔던 교육의 근본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존중을 위한 인권교육의 강화,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덕목과 가치를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시민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하는 공감 능력과 도덕성,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도 따지고 보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간존중의 교육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의 학교교육이 이렇게 변화하기 위해선 현재의 입시위주 경쟁교육체제는 마땅히 바뀌어야 하며, 학교도 교사와 학생들이 창의성과 자발성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수평적 소통구조를 구축하고 민주적 토론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하여 최선의 수를 찾아내는 방식이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토론과 협력을 통해 가장 올바른 결정을 도출하는 고도의 민주주의와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차상철<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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