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오해
  • 장상록
  • 승인 2016.08.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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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때로 오해 속에 산다. 그것은 개인의 영역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 역사 그리고 그것을 끊임없이 해석하는 후대의 방식까지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사건”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가 ‘묘청의 난’을 평한 것으로 너무도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정작 단재가 묘청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은 가려있다. 그것은 금(金)과의 대결을 회피하고자 했던 김부식(金富軾)에 대한 막연한 비판과도 궤를 같이한다. 병자호란(丙子胡亂) 당시 청(淸)은 고려와 금의 관계를 예로 들며 ‘조선이 면할 수 있었던 화를 자초했다’고 비판한다.

 이런 오해는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도 존재한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스핑크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것이 나폴레옹이라고 믿고 있다. 이집트 원정에 167명의 학자를 대동해 이집트학을 정립하고자 했고 ‘로제타 스톤’의 발견과 해독을 통해 고대 상형문자의 비밀을 풀게 한 장본인이 나폴레옹이다. 그런데도 나폴레옹에 대한 근거 없는 의심 덕분에 14세기 수피즘을 신봉한 무함마드 알다르의 이름은 용의선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우리가 잘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 것은 과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5년 10월 일본의 한 주간지에서 한일 양국의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것이 있다. 먼저 한국인을 대상으로 ‘어떤 나라를 좋아 하는가’라는 물음에 일본은 28.2%로 6위에 위치한다. 그런데 일본인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 한국은 4.2%로 겨우 11위에 이름을 올린다.

  이번엔 한국인을 대상으로 어떤 나라를 싫어하는가라는 물음에 일본은 54.2%로 압도적 1위에 위치해 있다. 그럼 일본인은 어땠을까. 같은 질문에 대해 한국은 중국에 이어 2위다. 그런데 수치를 보면 한국인이 일본을 싫어하는 것 보다 훨씬 높은 비율인 79.2%에 이른다.

  현재는 과거와 뗄 수 없는 인과관계를 가진다. 한국과 일본은 왜 서로를 불신하게 된 것일까. 그 연원은 흔히 생각하는 일제 침탈의 역사보다 훨씬 깊다.

  ‘당인(唐人)’, 말 그대로라면 ‘당나라 사람’이란 의미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일본인이 조선인을 지칭한 말이기도 하다. 조선은 일본을 야만국이라 격멸했지만 일본은 그런 조선을 향해 주체적이지 못하고 사대(事大)에 빠져 중국만 바라본다고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모른다. 이렇듯 서로에 대한 오해와 혐오는 그 모든 것을 악화시킨다.

 선비의 나라 조선과 사무라이가 지배하는 일본. 그 얘기 한 토막이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전설적 검객이다. 그는 생전 60여회의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 중에서도 무사시가 사사키 고지로와 벌인 일전은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결투를 지켜 본 당시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사사키 고지로의 승리를 점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시정에서 막싸움으로 검술을 익힌 무사시와는 달리 고지로는 유명한 스승으로부터 정통 검술을 익힌 고수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은 너무도 달랐다. 무사시를 가볍게 치부한 고지로와 달리 무사시는 상대방을 철저히 연구했다. 고지로의 사소한 버릇은 물론 결투 장소와 시각에 맞춰 햇볕의 방향과 빛의 각도까지 살폈다. 여기에 더해 심리전에서도 고지로를 압도했다. 예정 시각보다 2시간이나 늦게 나타나 상대의 화를 돋운 무사시는 칼집을 바다에 던져버린 고지로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고지로, 너는 졌다. 칼집을 바다에 버린 것은 죽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 아니냐?” 그의 말처럼 고지로는 무사시의 목검에 생을 마친다.

 그런데 얘기가 흥미롭지만 낯설다. 조선엔 군인만 있을 뿐 무사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을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할 수 없는 명제다. 혐한과 반일. 그것을 초래한 사라진 용의자는 깊은 오해일지 모른다.

  장상록<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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