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강을 지키는 부안의 농민 시인 동초
동진강을 지키는 부안의 농민 시인 동초
  • 김동수
  • 승인 2016.08.11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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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10. 김형철(金炯哲: 1939-)

 전북 부안 동진면 출생, 호는 동초(東樵). 부안농고 졸업. 1997년 <한국시>에 <가뭄 비> 외 4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한 마디 사랑 말 들은 적 없어도>>(1999), <<봉두뫼 억새꽃>>(2004) 등이 있으며 백양촌 문학상, 노산문학상 수상 등을 수상하며 전북문인협회 회원과 원불교 문인협회 이사, 부안문화원 이사, 부안군 동진면 주민 자치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시는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와 농민의 삶를 주제로 예스런 정취와 삶의 지혜를 노래하고 있다.
 

 ㄱ자 허리 땅에 닿을 듯
 어릿어릿 걷는
 평생 허리 아픈 줄 모른다는
 일손 부지런한 숙모님
 여든 살 길목
 허리춤 추스르는 건
 허리 아픔 아닌가
 밭 매는 발걸음
 벼 매는 발걸음
 다른 일손보다 더 빨라

  - 중략-

 부지깽이도 바쁘다는 가을
 지팡이로 가슴 부축하고
 오늘도 우리 숙모님
 깊어가는 황혼 업고
 새벽 삽짝문 제친다.

  -<숙모님 지팡이> 일부
 

  시인이 태어난 부안군 동진면은 김제평야를 지나 서해 바다로 흘러가는 호남평야의 젖줄 동진강의 중심지로 농산물, 특히 쌀이 많이 생산된 곡창지대이다. 이러한 농촌 마을에서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농민들의 부지런한 삶의 모습을 <숙모님의 지팡>를 통해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ㄱ‘자로 허리가 굽도록 80의 노구에도 ’새벽 삽짝문‘을 열고 일터로 나가시는 숙모님에 대한 육친의 정이 남다르다.
 

 긴 공직 생활을 마감하는
 정년의 문턱에 서서
 조석으로 그림자 늘이고
 햇볕 쨍쨍한 정오에는 움추려
 신발 밑으로 잦아드는
 그림자를 본다.

 햇볕의 영관을 꿈에 품고
 저물어 버린 사이
 긴 30년, 울을 넘어
 사바나 광야를 달리던 사슴
 철망으로 가시밭 치고
 사지 묶인 채 발버둥치는
 여린 마음 뉘 알리

 재주 없이 흘러보낸 인고의 세월
 월계관 짤린 수사슴처럼
 자존심도 명예도 지운
 울안에 갇힌 사슴을 본다.

  -<자화상>일부
 

  ‘영광을 꿈에 품고’ ‘사바나 광야를 달렸’던 30년의 공직 세월, 그러나 이제는 ‘울안에 갇힌 사슴’이 되어 ‘발버둥치며- 신발 밑으로 잦아드는/ 그림자를 본다’는 정년 퇴직자로서의 심정을 토로한 작품이다.
 

 뜰 앞 나무들이
 맞잡아 부등켜 안고
 가뭄에 떨던 엊그제 고통 호소하는데

 지붕에 떨어진 빗방울
 처마 밑 함석 물통에 모여
 멀고 먼 여행길에 나선다.

  -<가뭄비> 일부
 

  이처럼 그의 시는 전통적 농경사회의 생활상과 자연 풍물을 주소재로 때로는 먹물 같은 복고풍의 시조와 시를 즐겨 쓰는 농민 시인이다.

 
김동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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