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의 시행을 환영하며
‘김영란법’의 시행을 환영하며
  • 유길종
  • 승인 2016.08.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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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의 지난 7월 28일자 합헌 결정으로 ‘김영란법’은 올해 9월 28일부터 시행될 수 있게 되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언론인, 교원 등과 그 배우자가 한 번에 100만 원, 연간 합계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해도 처벌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행령에서는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을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금품의 상한선으로 두었다. 가장 강력한 반부패법으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에 대한 맞춤처방이라 할 만하다.

 이런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을 앞두기까지는 많은 곡절이 있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김영란법’을 제안한 것이 2012년 일이다. 약 3년여 동안 국회 상임위를 맴돌다가 2015년 3월 3일 겨우 국회를 통과했다.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한국기자협회가 위헌 시비를 걸었고, 여기에 대한변호사협회도 한 몫 거들었다. 명색이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할 의무를 지는 법률전문가 집단의 집행부가 국민들의 정서와 여론은 물론이고 그 구성원들의 총의에도 맞지 않는 목소리를 낸 것은 황당한 일이었다.

 헌법재판소가 밝힌 바와 같이, 사립학교는 공교육 체계상 국공립학교와 본질적 차이가 없고 사립학교 교원은 국공립학교 교원과 동등한 처우를 받는다는 점에서, 언론인의 경우는 언론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공직자에 버금가는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는 점에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이들을 포함한 것을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일부에서는 ‘김영란법’의 시행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허용되는 금품의 상한선인 식사 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너무 낮아서 농수산업계나 식당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월 1일 ‘김영란법’의 가격 상한 기준을 식사 3만원에서 5만원, 선물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자고 제안했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여기에 동조하는 결의안을 냈다고 한다.

 식사비 3만 원과 선물비 5만 원이 너무 낮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미국의 경우 1회 20달러(2만3천원 내외), 연간 50달러(5만7천원 내외), 영국은 25파운드(3만7천원 내외)~30파운드(4만4천원 내외) 선에서, 독일은 25유로(3만 1천원 내외), 일본은 5천엔(5만3천원 내외)으로 공직자의 접대와 선물을 제한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우리 실정상 ‘김영란법’의 제한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이 공직자 등에 대한 접대와 선물을 규제함으로 인하여 농수산업계가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은 근거도 불분명하고 ‘김영란법’에 반대하는 명분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은 농수산업계가 공직자 등에 대한 접대와 향응으로, 이들의 부패에 기생해서 유지됐다는 주장에 진배없고 이는 농수산업 종사자에 대한 모욕이다. 만일 그런 측면이 있었다면 이제는 정상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아무리 이해관계가 없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각자 먹은 것 각자 내본 적이 없이 살아왔다. 하루아침에 그런 습관과 관행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공직자가 포함된 친구나 선후배관계에서 여러 불편함에 마주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소소한 불편함과 막연한 우려를 이유로 ‘김영란법’의 시행을 더는 미룰 수 없다. 우리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의 청렴도 평가에서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에 올라 있다고 하지 않는가. ‘김영란법’의 시행을 전폭적으로 환영하며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길 기대한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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