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에서 찾는 교육의 가치
걸음에서 찾는 교육의 가치
  • 이해숙
  • 승인 2016.08.0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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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 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걷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의 한 대목이다.

 자신의 몸 이외의 어느 것도 이용하지 않은 채 이동하는 걸음이, 물리적인 움직임을 넘어 자신의 근원적 가치의 물음에까지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동의한다. 이러한 걸음의 과정을 통해 흔들리는 청소년들의 치유를 돕는 교육과정이 우리 전북에도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순례대회’가 그것이다.

 지난해부터 실험적으로 시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하루 25km 정도의 거리를 7박8일 동안 걷는 과정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바라볼 기회를 제공하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진정성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순례자란 무엇보다 먼저 발로 걷는 사람, 나그네를 뜻한다.

 걸음이라는 이 단순한 과정을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가난하고 단순하게 하고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털어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우리 교육은 개인의 욕망을 마음껏 확장시킬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욕망의 확장은 물질적 재화의 유한성에 가로막혀 끝내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면 무너지는 구조를 양산하는 것이다.

 학교는 성적이라는 함정을 파놓고 공부를 통해 인생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개개인이 가진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사장시키고, 암기 위주의 입시교육과정으로 학생들에게 등급을 적용하면서, 많은 아이들이 불행으로 내몰리고 있고 그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인 교육과정에서 뛰어내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불행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건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걸음은 이 목표를 해결해 줄 여러 가지 방법 중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첫째, 아이들에게 걸음은 일상을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흔들리는 아이들 대부분의 일상은 채우고 싶은 욕구로 둘러싸이게 되는데, 하루를 온 종일 걷는다는 것은 이 다양한 욕구들로부터 자유로워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걸음은 자기 자신을 돌아다 볼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매체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관계의 일상’에 빠지게 되는데, 걸음이라는 과정을 통해, 관계가 아닌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셋째, 걸음은 스스로 견뎌내야 할 범위를 무너뜨리게 한다.

 걸음이라는 단순한 과정의 반복 속에서 아이들을 몇 번의 임계점들을 맞이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제공되는 교사들의 격려와 칭찬은 임계점을 확장시킬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되어준다.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스스로 견뎌내야 할 범위를 확장해내게 되는 것이다.

 넷째, 걸음은 그리하여 스스로 가치를 드러내게 한다.

 일상에서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을 확대하고, 그 속에서 오롯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견뎌야 할 범위를 무너뜨리는 이 행위의 반복은 결국 자신이 가진 ‘자산의 총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며 그리하여 스스로 가진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걷는 사람은 끊임없이 근원적인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그 물음 속에 온전하게 노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과정이 되지 않을까?

 결국, 진정한 교육이란 그렇게 스스로 깨어나는 과정의 연속이며, 스스로 깨어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누군가는 ‘걷는다는 것은 침묵을 횡단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스스로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침묵을 통한 긴 걸음’은 자신을 향한 걸음이요, 자신의 세계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과정이며, 그 걸음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해숙<전라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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