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날의 세시풍속
칠석날의 세시풍속
  • 고재흠
  • 승인 2016.08.08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력 7월 7일 칠석날을 맞았다. 이 절기는 우주 태양의 황경(黃經)이 136°로서 중복과 말복, 입추와 처서, 중간에 들어있어 불볕더위가 극치를 이루는 때이다.

칠석(七夕)은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명절로서 우리 조상들은 이날을 성스러운 날로 여겨 사찰이나 무당집을 찾아가 많은 정성을 들였다.

 음력 7월은 벼를 비롯한 농작물이 한창 자라나는 시기로, 적당한 비는 도움이 되지만 많은 비는 농작물에 수해를 준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여름철이면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날씨를 걱정했다. 칠석은 여기에서 비롯된 명절로, 그 유래에는 견우와 직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

‘형초세시기와 최남선(崔南善) 조선상식’의 문헌에 따르면 하늘의 목동인 견우(牽牛)와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織女)가 서로 사랑에 빠져 일은 않고 게으름을 피우자, 화가 난 옥황상제(玉皇上帝)는 그들을 은하수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놓았다. 두 남녀의 딱한 사정을 본 까치와 까마귀가 다리를 놓아 주었는데, 이 다리를 오작교(烏鵲橋)라 한다. 견우와 직녀는 칠석 전날 밤에 은하수를 건너 1년에 딱 한 번 만나게 된다. 그래서 칠석날 아침에 비가 내리면 “견우·직녀 상봉의 눈물이요, 저녁에 비가 내리면 이별의 눈물이라.” 했다.

15세기에 남원 광한루(廣寒樓)에 칠석에서 유래한 오작교가 세워졌다. 춘향전에서는 춘향과 이몽룡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로 이 오작교가 등장하였다. 전북 남원시에 있는 이 광한루 누각은 1963년 1월 대한민국 보물 제 281호로 지정되었다. 한편 칠석의 명칭이 시경(詩經)에 처음 등장하여, 춘추전국시대 이전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견우·직녀에 관한 전설은 한국·중국·일본 모두 비슷하다.

예부터 칠석날에 칠석제(七夕祭)를 지냈다. 집집이 우물을 청소하여 청결하게 하고, 오이, 가지, 참외, 수박, 복숭아 과일 등과 시루떡, 밀전병, 칼국수, 호박 부침 등의 음식을 준비하여 칠석제를 올렸다. 또한 칠석제의 제관들은 반드시 여자로 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여자는 생산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년 음력 6월은 장마가 심하지만, 칠석 무렵부터는 장마도 끝이 나며, 곡식들은 칠석날이 지나면 제대로 열매를 맺고 영글어 가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하늘의 음양이 교접하여야만 땅의 모든 열매가 맺는다고 했다. 예부터 3월 3일(삼짇날), 5월 5일(단옷날), 7월 7일(칠석날), 9월 9일(중양절)은 홀수가 겹쳐 이날은 양수(陽數)라 하여 생기를 돕는다고 했다. 그러므로 칠석 또한 큰 명절로 숭상하였다.

 10여 년 전부터 있었던 “코리안 밸런타인데이 - 견우와 직녀의 날(음력 7월 7일)”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 농산물을 선물로 주고, 받자는 행사가 있었다. 한국 벤처농업대학과 삼성경제연구소가 힘을 모아 이 발상을 크리스마스로 이어갔다. 예부터 애절하게 전해오는 견우와 직녀, 옥황상제, 은하수, 까치, 까마귀, 광한루, 오작교, 춘향과 이 도령의 사랑 이야기 등은 잊혀져가는 우리 사회의 흥미로운 정서로 이어 지기를 바란다. 한편 중국에서는 칠석을 연인의 날로 기념하고 그 날을 정인절(情人節)이라 명명(命名)했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와 최남선의 조선상식에 의하면 칠석은 원래 중국의 속절(俗節)로 우리나라에 전래 되었다. 고려 공민왕은 몽골 왕후와 더불어 내정에서 견우·직녀성에 제사하였고, 이날 백관들에게 녹을 주었으며, 조선 시대 와서는 궁중에서 잔치를 베풀고 성균관 유생들에게 절일제(節日製)의 과거를 실시하였다고 한다.

 또한, 7월 7 일조에도 국가에서는 사고(史庫)의 귀중한 서적이나 팔만대장경을, 민가에서도 책과 옷을 햇빛에 말렸다.

 다양한 생활주기와 변천하는 문화, 가치관의 변화 속에서 오늘날 칠석의 풍속은 견우와 직녀의 전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젊은 남녀의 순결한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수필가 고재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