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 박승환
  • 승인 2016.08.0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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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은 왜 먹지요? 뭔가 의도가 있는 질문이다.

 밥, 왜 안 먹어요? 보통은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단순하지만 ‘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자.

 왜 하시려고 합니까? 취지가 뭐지요? 말씀하신 행사가 우리 지역 경제에 어떤 도움을 주나요? 홍보와 언론보도는요? 어려운 사람들도 많은데 그게 우선 아닌가요? ‘문화예술 기획자’란 명함을 드미는 사람들이 받는 첫 질문이다. 잠시 가다듬고, 또다시 설명은 시작된다. 이번 예술행사는 달리…. 교류와 예술체험으로…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전통문화와도 잘 어울리고. 질문도 답변도 우습다. 요즘 트랜드에 걸맞지 않은 아날로그식이지만 그래도 한길 빛을 기대해 보며 상대방을 설득해야만 한다. 생각과 말씀을 최대한 몰입해 진정성을 넘어서 감동까지 선사해 준다면…. 하지만 설득력이 있으리 없다. 쉽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질문의 주인공들은 모두는 아니겠지만 대개 소통하기 어려운 상대다. 문화예술사업은 수치로 계산되지 않으며 쌓여가면서 스스로, 자생적으로 발전해 나간다. 더욱이 신념과 진정성은 전달하기도 쉽지 않다. “스스로 창출한 진실 외에 어떤 진실도 없다” 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물론 본인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가 뭐지요? 콘셉트가 뭐고,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나요? 질문의 요지는 언제나 비슷하다. 하지만, 요즘엔 학생들을 몰아붙이기보단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미래 창작자들의 생각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우선시 된다. 창작의 대박신화 주인공은 대개 태생부터 아주 사소하고 가냘프며, 아주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빈약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주변의 보살핌으로 그 빈약한 아이디어에 이야기를 보태고, 영양분을 주어 잘 키워낼 안목을 갖춰야 한다. 좋은 안목을 갖춘 아트매니저는 열정적인 창작자를 발굴하고, 키워내며 그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유모’ 즉 <인큐베이터>다.

 돌아가서, 문화예술은 ‘밥’이다. 관련사업과 행사는 상차림이다. 지역의 문화예술 사업으로 인정받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집행해 준다는데 왜? 사정하고 부탁해야 할까?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맛있는 밥상 차려준다는 전문가들에게 오히려 부탁하고 감사해야 하는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효과가 보이기 어려운 장르라 실무자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문화예술의 경우 그 행사 한번으로 아까운 예산이 사라져 버릴까? 당사자들에게는 해도 안해도 되는 유희거리가 아니다. 즉각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양식이며 간절함이다. 대다수 비정규직인 기획자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고, 열정적인 작가들을 발굴해서 새로운 창작을 지원하며, 지역기반의 어려운 재료상들에겐 일감을 맡기고, 새로움과 변화에 목마른 청년들에게는 현시대의 최첨단 실험적 작품들을 체험케 하여,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을 갖게 한다. 또한, 세계의 아티스트들을 초청해서 자유로운 토론으로 소통하며, 지역의 플랫폼 구축과 미래의 위대한 창작 아티스트가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을 배양한다. 미래유산의 하나인 문화예술 사업은 일관성과 꾸준함이다. 시작과 과정을 꾸준하게 시대를 지나 뭔가를 남기면 문명이고 유산이다. 한해 두 해 계속 되다 보면 전통이 되고 역사가 생성되며 그것이 문화이고 예술이다. 이후엔 생성된 전통을 이어가고 새로움을 접목하여 바로 우리에게 삶에 대한 놀라운 가치를 부여해준다.

 17세기경 ‘갈릴레이’는 많은 천문학자들이 같은 망원경을 사용해도 달에도 산이 있다는 사실은 오직 그만이 알아냈다고 한다. 유화와 스케치 등을 즐기며 예술적 감성을 갖췄던 그는 후대의 사람들에게도 한마디를 남겼다. <“Eppur si muove” 그래도 지구는 돈다> 표현의 자유! 그리고 열정과 간절함은 신념의 원천이다.

 박승환<전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사진학)/전주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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