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리 비즈 시대’의 과제
‘애그리 비즈 시대’의 과제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6.08.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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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혁신도시와 농생명산업 연계방안 <6>

 농식품 산업은 미래 성장산업이다. 먹거리 산업이 무슨? 이런 의문을 표할지 모르지만, 통계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세계 식품시장은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5조3천억 달러에 육박하고, 매년 4%씩 성장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1조7천억 달러임을 감안할 때 식품산업이 3배가량 되는 셈이다.

#1: 하림그룹본부의 문경민 상무는 “이제 애그리컬처(agriculture) 시대는 가고 푸드와 애그리 비즈니스(agri-business)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배와 사육, 즉 경종과 양축만이 농업이라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다. 농업은 농장 안에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농장에서 생산된 1차 농산물이 농장을 떠나 가공공장, 시장을 거쳐 소비자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고 문 상무는 주장했다. 문 상무는 “농업 생산자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식품 생산자로 바뀌는 순간, 농업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보면 ‘애그리 비즈 시대’의 개막은 농도 전북에 ‘기회’이자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로 다가올 수 있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애그리(agri)’가 농업이고 ‘비즈니스(business)’는 기업이나 산업을 의미함을 고려할 때, 애그리 비즈는 농업관련 산업으로 해석해야 한다. 농업기계 산업으로부터 식품가공업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는 농업 그 자체도 포함한다.

#2: FTA의 진전은 ‘애그리 비즈 시대’를 맞는 전북의 새로운 과제라 할 수 있다. 국내 공산품은 품질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공사에 휘둘릴 수 있지만 농업이나 식품은 품질로 승부를 겨루면 전북이 세계시장으로 치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 선두주자의 시장방어 벽도 아직 높지 않고 중국이라는 세계서 가장 큰 시장이 바로 전북과 이마를 맞대는 점도 부각된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북이 혼신을 다하는 농산물 수출은 아예 뒤로 가거나,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5억 달러를 상회했던 수출은 지난해 9억5천만 달러로 급감했고, 최근엔 농산물 수출이 작년보다 80% 이상 격감했다는 푸념도 들린다.

기업과 농촌이 상생해 우리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거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면 FTA 개방에 따른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전북기업이 애그리 비즈 시대를 활짝 열어가는 ‘윈-윈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물론 이를 위해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필요하다. 농산물 수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북의 애그리 비즈니스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기업들과 농가의 협업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구 전북도 농축수산식품국 국장은 이와 관련, “농생명 산업 도약을 위해선 지역 경쟁력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이 필수”라며 “지역농업의 고부가가치화, 식품원료의 고품질화, 고기능화, 가공적성이 쉬운 품종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3: 전북이 애그리 비즈니스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선 전북 식품산업의 내실 다지기도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식품기업은 전체 제조업 대비 16% 수준을 차지, 핵심 전략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식품산업 매출액도 2조9천62억원(2014년 기준)으로, 전국 대비 5.4%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에 매출 규모 300억 이상의 전북 기업은 단지 1%에 만족, 90% 이상의 식품기업이 연간 매출 10억원 이하의 영세한 사업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 식품업체의 S사장은 “대부분이 단순 가공 수준으로 해외 인지도가 부족해 글로벌 경쟁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혁신도시 내 농생명 기관 이전으로 어느 때보다 전북이 식품산업 메카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만들어진 만큼 이를 활용한 전략적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초단체의 한 간부는 “전북의 식품산업은 우수한 농산물이라는 원료를 가지는 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튼튼하다”며 “지속적 성장을 위해 기업과 행정, 연구기관 등이 한데 모여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 정부는 식품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직은 세계적인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전북도와 정부 차원에서 애그리 비즈니스에 대한 지원체제를 강화할 경우 도내 기업의 경쟁력 확보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긍정적 견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국 식품에 호의를 가진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점도 호기라 할 수 있다. 전북지역 식품업계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애그리 비즈니스 협의회 구축’ 등 시스템적 강화도 필요하다.

전북엔 민간육종단지(김제), 한국원자력연구원 분원(정읍), 농업실용화재단(익산) 외에 전북생물산업진흥원과 농업실용화재단, 안전성 평가연구소, 식품기능평가센터 등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종자 육종, 첨단 재배, 원료 자재, 안전 평가, 제품 혁신 등 5개 분야에서 농생명 혁신 클라우드를 완벽하게 구축해 놓고 있어 민간 차원의 관련 협의회를 만들어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쟁의 필수인 애그리 비즈니스의 대형화를 위해선 지방기업들의 농업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단계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첨단 LED 기술을 가진 대기업들이 잇달아 식물공장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미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우리도 다양한 신사업 투자 허용 방안을 검토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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