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동행시대, 여당 역할론 주목
여·야 동행시대, 여당 역할론 주목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08.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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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정치 ‘여·야 동행시대’의 과제 <2>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전북이 수년간 노력해온 현안을 정운천 의원은 단 하루 만에 해냈습니다.” 지난해 7월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이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당시 원외였던 정 의원이 부정적인 새누리당 의원의 마음을 돌리려 하루 동안 혼신을 다한 역할을 평가하는 말이었다.

 때와 장소는 지난 7월 26일 오전 건설협회 전북도회 6층 회의장. 새누리당 정운천 도당위원장 취임식에서 송 지사의 축사가 이어졌다. “10년 동안 노력했던 탄소법 국회 통과를 정 의원은 단 이틀 만에 해냈습니다.” 여야 협력정치, 협치를 강조하기 위해 송 지사가 소개한 일화이지만 ‘여당 역할론’을 강조하는 말이란 해석도 나왔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이지만 전북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중앙당은 “전북이 화끈하게 밀어주지 않는다”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고, 지역민들은 “전북을 너무 가볍게 본다”고 떨떠름해했다. 하지만 도민들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에 한 석을 허용했고, 여야 동행시대를 활짝 열어줬다. 이제 말이 아닌 여당의 역할론이 중요해진 셈이다.

 지역민들은 동행 시대의 새누리 역할론으로 진정성, 실행성, 반복성 등을 주장한다. 속칭 ‘진·실·반’을 통해 여당이 전북에 먼저 다가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 ‘진정성’ 주장은 이렇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선거철 한때 “전북이 원하는 것 모두 다 해드리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 약속에 대한 사후관리(AS)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여권은 진정성 없이 임시방편으로 말을 앞세우다 전북의 신뢰를 잃었다”며 “도민들에게 진실하게 다가서고 설득하는 일이 제1과제”라고 말했다.

다른 사례를 보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전북을 방문했던 10여 년 전, 중앙당의 한 고위직이 전북 현안과 관련한 지원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 박수를 받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 고위직은 서울행 대형버스에 한 발을 올려놓은 채 보좌진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 말 잘했어?” 이 고위직의 약속이 빈말이 된 것은 불문가지였다.

 두 번째 역할은 말이 아닌 실천, 실행력이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전북지역 정당지지율은 7.5%에 불과, 지난 18대(9.2%)와 19대 총선(9.6%)에 비해 뚝 떨어졌다. 전북에서 국민의당과 더민주 등 야권이 분열의 길을 걸었음에도 여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0대의 한 당원은 “여권은 전북 현안을 논하면서 실천력과 의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지역민의 불신과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라고 말했다.

 마지막은 반복성인데, 전북을 향한 1회용 러브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전북에 내려와 민심에 호소한 뒤 투표가 끝나면 함흥차사다. 선거 전 3개월만 반짝 구애한다고 해서 ‘3개월 정당’이란 농담 반 진담 반의 얘기도 나온다. 전주갑 선거구의 한 시민은 “이제 새누리당이 전북정치의 한 축을 맡게 된 만큼 중앙당부터 전북 포기전략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꾸준히 전북의 민심에 갈구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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