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저임금과 헬조선
대한민국 최저임금과 헬조선
  • 최낙관
  • 승인 2016.08.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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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보장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이 의미심장한 문장은 우리나라 헌법 제10조의 조문이다. 대한민국 법질서의 제일 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헌법은 모든 법령 제정과 해석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궁극적 가치이자 지향점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과연 이러한 정의가 얼마나 살아있는지 반문해 본다. 대한민국을 지옥에 비유하는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는 어쩌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위험사회’ 대한민국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닐까 싶다.

 과연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고 최소한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이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주장이 있겠지만, 삶을 위한 최소한의 물질적 재화 즉 ‘최저임금’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매년 노사협의에 의한 최저임금 논의는 뜨거운 사회적 관심사와 이슈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거의 파행에 가까운 격렬한 논의 끝에 지난 16일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2017년도 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올해 6,030원 보다 440원 오른 7.3% 인상으로 막을 내렸다. 정치권에서 약속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걸맞은 두자릿수 인상안은 어려운 경제사정을 명분으로 내세운 경영계의 상황논리에 밀려 결국 노동계는 더 이상의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법정의결 기한마저 훌쩍 넘긴 ‘법위반’ 협상의 결과는 혹시나 했던 최저임금 해당자들의 부푼 기대감을 역시나 꺾어 버렸다.

 논의와 심의 과정의 불합리성을 차치하고라도 내년 최저임금 결정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보다 더 아픈 것은 말 그대로 법이 정한 최저임금마저도 삶의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삶을 위해 죽도록 일해도 고작 120여만원을 손에 쥐고 집세와 식비를 내고 나면 빈손이 되는 300만여 명의 최저임금 근로자는 물론 이보다, 더 열악한 263만 7,000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은 비참한 노동의 상품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값싼 임금근로자가 넘쳐나는 시장의 상황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경시풍조는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물론 아닐 것이다. 시장의 공정질서와 미덕을 위해 우리는 스스로 최소한의 강제적인 법을 만들었고 국가는 이를 충실히 행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깨트리는 사업자들을 감시하고 제재할 수 있는 국가의 통제력은 사실상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무기력하기만 하다. 지난 17일 KBS는 현재 근로감독관 수가 1,547명으로, 정원인 1,696명에도 미치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근로감독관 1명당 담당하는 사업장 수가 수천 개에 이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들을 감독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법 자체도 강제력이 약하다. 사업주가 적발돼도 돈만 돌려주면 ‘무죄’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적발되더라도 업주가 최저임금에 미달한 만큼의 차액만 근로자에게 지급하면 행정지도로 종결되기 때문에 ‘걸리면 그때 수습하자’는 유인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의 통제력이 상실된 법은 죽은 법일 뿐이다. 지옥 같은 헬조선을 벗어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원칙에 충실한 국가임이 틀림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신성한 노동’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강력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는 감독자와 심판자의 역할을 철저히 수행함은 물론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시는 본연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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