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정치 건강한 경쟁을 성과로
전북정치 건강한 경쟁을 성과로
  • 서울=전형남 기자
  • 승인 2016.08.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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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정치 ‘여야 동행시대’의 과제 <1>

 #1: 전북정치의 또 다른 이름은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더민주의 전신인 특정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모였다고 흩어지고 다시 결집하는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당이나 신인의 득세는 쉽지 않았다.

 유전학이든 정치학이든 동종교배는 멸망의 지름길이다. 선후배끼리 밀어주는 순혈주의는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자체 성장과 발전의 한계를 노출하기 마련이다. 50대의 더민주 당원 K씨는 “지난 20대 총선은 거대한 민심의 변화를 읽지 못한 전북의 더민주에 참패를 안겨줬고, 새로운 경쟁체제를 만들었다”며 “순혈주의에 경고장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심의 본색(本色)은 완전히 바뀌었고, 이제는 ‘끼리끼리 정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2:3당의 여야 동행시대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서로 밀어주고 덮어주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발전을 위한 건강한 경쟁의 싹이 우후죽순처럼 솟구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3일 전주화산체육관에서 ‘호남권 합동연설회’를 개최한다. 전북 새누리당은 “32년 만에 처음으로 전북에서 열리는 합동연설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북에서 새누리당 1석을 내지 못했다면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대 사건이란 자체 해석인 셈이다.

 다음날인 4일에는 국민의당 예결위원 5명이 전북도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게 된다. 김동철 예결위 간사와 장병완 의원, 김광수 의원, 김종회 의원 등 6명의 의원이 총출동하는 모습도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장면일 것이다. 5일에도 전북 출신 국회의원과 전북도, 14개 시·군이 자리를 같이하고 협의회를 개최한다. 3당 동행 시스템이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3: 과거와 현재의 전북정치가 교차하는 두 장면을 놓고 “건강한 경쟁은 좋은 것”이란 말들이 나온다. 기초단체의 한 간부는 “3당 체제의 출범을 두고 현안마다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면 전북발전이 오히려 거꾸로 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20대 총선 후 3개월을 넘긴 시점에서 공직사회조차 건강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솔직히 3당 체제의 전북 초행(初行) 길은 어수선했다. 처음 걷는 길이어서 서로 서로에게 어색했고, 협치와 협력의 구호는 요란했다. 실제로 정치권과 전북도의 정책간담회를 놓고 한때 갈등이 빚어졌고, 도의회에서는 상임위원장 감투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건전한 경쟁 체제로 가는 길목”이라는 지적이 더 많았다. 처음 경험하는 3당 체제인 만큼 시끄럽고 우려할 만한 일도 벌어지겠지만,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당독주의 전북은 그동안 정당 간 싸움조차 거의 없었다”며 “이런 점에서 최근의 마찰은 ‘소모적 갈등’이라기보다 미래를 위한 ‘생산적 진통’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한 경쟁구도를 만들고, 지역발전을 위해 성과로 말하는 여야 동행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며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 새만금 국제공항 등 현안 사수, 특별교부세 확충 등이 새 과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전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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