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노력하는 서울시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노력하는 서울시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6.08.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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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부성 名品만들기-3

 한양도성(漢陽都城, 사적 제10호). 한양도성은 고구려의 ‘평양성(平壤城)’과 고려의 ‘개경도성(開京都城)’의 연장선상에서 한국 도성의 전통을 이은 동시에 시기별 축조기법과 독창적인 형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이후 일제식민지와 해방 이후 100년까지 620년간 우리의 역사와 문화, 생활의 터전이자 서울의 상징으로 그 역할을 해 온 우리나라의 대표 유산이다. 서울시는 한양도성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을 역사도시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에는 체코 프라하시립박물관에서 서울-프라하 교류특별전 ‘서울,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Seoul Has the City Walls)’ 특별전을 개최했다. 역사도시로서 서울의 면모와 세계문화유산으로서 한양도성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함에서다.

 이에 ‘전주부성(全州府城) 명품만들기’ 일환으로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의 정책과 노력의 과정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과거(科擧)를 보러 한양으로 향한 선비들에게 한양도성은 ‘반가움’의 상징이었다. 몇 날 며칠을 거쳐 먼 길을 걸어온 선비들의 눈에 들어온 한양도성은 ‘아~ 한양에 왔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한양에 도착한 선비들은 과거급제를 기원하며 한양도성을 한 바퀴 돌았다. 이런 관습이 도성민들에게 ‘순성놀이’가 되었다. 정조 때 학자 유득공은 경도잡지(京都雜誌)에 ‘순성놀이는 도성을 한 바퀴 빙 돌아서 안팎의 멋진 경치를 구경하는 놀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도성은 또 도성민의 삶과도 맥을 함께 했다. 새벽 바라(罷漏)에 33번, 저녁 인경(人定)에 28번 종루에 있는 종을 쳐 성문을 열고 닫는 시각을 알렸다. 이 종소리에 도성 안 민가도 대문을 열고 닫는 등 생활방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한양(漢陽)은 조선왕조의 도읍지로 오늘날 ‘서울’의 옛 이름이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1394년 9월 한양 땅을 새로운 도읍지로 정했다. 태조 5년(1396년)에 도성(都城), 지금의 ‘한양도성’을 백악(북악산)·낙타(낙산)·목멱(남산)·인왕의 내사산 능선을 따라 축조했다. 한양도성에는 ‘4대문’과 ‘4소문’을 두었다. 4대문은 흥인지문·돈의문·숭례문·숙정문이며, 4소문은 혜화문·소의문·광희문·창의문이다. 이후 세종, 숙종, 순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보수했다. 이 중 돈의문과 소의문은 소실됐다. 도성 규모는 평균 높이 약 5~8m, 전체 길이 약 18.6km에 이른다. 한양도성은 현존하는 전 세계의 도성 중 가장 오랫동안(1396~1910, 514년) 도성 기능을 수행한 곳이다.
 

 #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 추진

 21세기 최고의 부가가치를 내재하고 있는 것은 역사문화다. 서울시는 620년 역사와 숨결을 담고 있는 한양도성을 세계인이 영구보존해야 할 역사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2009년 서울시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대상으로 한양도성을 선정한 이후 2012년 11월 2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Tantative List)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014년 1월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2015년 9월 30일 유네스코에 신청서 초안을 제출하기에 이른다. 2016년 3월부터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로부터 문화적 평가를 받은 데 이어 6~10월 현장실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2017년 4~5월 평가보고서를 작성, 2017년 7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개최될 제41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등재 결정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해 관련 조직도 정비했다. 2012년에는 전담조직인 ‘한양도성도감’, 전문가 자문기구인 ‘한양도성자문위원회’, 연구기관인 ‘한양도성연구소’를 차례로 설립했다. 201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기준에 부합하는 보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한양도성 보존·관리에 관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분야별 사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양도성의 제대로 된 보존을 위해 혜화동 성곽에 인접해있는 옛 시장공관을 떠나 은평뉴타운에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한양도성은 안전한 관리를 위한 ‘통합관제망 및 현장관리체계 구축’, ‘도로 등 단절구간 연계성 회복’, ‘창의문 경관 개선’ 등 도성의 가치를 진정성 있게 회복시켜 나가는 사업들을 꾸준히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 620년 세월 되살리기

 서울시는 그간 잠들어 있던 한양도성을 긴 잠에서 깨우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서울시민’을 ‘한양 도성민’으로서 문화자긍심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한양도성 스탬프 투어’를 꼽을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 오는 12월 둘째 주까지 연중 총 40회에 걸쳐 운영하고 있다. 도심 걷기와 해설이 결합한 이 프로그램은 내사산(사대문 안에 있는 산)을 따라 백악·낙산·목멱(남산)·인왕 4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투어 참여자들에게 한양도성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한양도성 스탬프지도’를 제공해 4개 코스 완주자는 완주기념 배지를 제공한다.

 ‘한양도성 흔적 되새기기’도 이색사업이다. 도로로 끊어진 한양도성을 ‘흔적’으로나마 다시 이었다. 흥인지문부터 광희문 주변도로 105m 구간 2곳에 흔적을 되새겼다. 흥인지문 구간 도로바닥과 석재에 ‘한양도성’이란 네 글자를 새겨 이곳이 조선시대 도성 터였다는 것을 알렸다. 한양도성 특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서울의 야경과 도성 안·팎의 풍경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한양도성 달빛기행(소요시간 2시간)’을 2015년 9~10월 진행했다.

 하드적인 부분으로 성곽마을 조성이 있다. 서울시는 ‘4대문안 역사문화도시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2014년 4월 ‘한양도성 주변 성곽마을 조성 종합계획’을 마련해 도성 주변의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 뉴타운 지구, 노후한 저층주거지를 역사문화와 주민들의 삶이 공존하는 특색 있는 ‘성곽마을’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사형 서울시 한양도성정책팀장은 “한양도성은 서울시에 자리한 우수한 역사·문화적 유산이며 도성 인근 성곽마을이 고스란히 간직해온 생활문화 유산을 지금보다 더 체계적이고 활력 있게 조성·관리해 나간다면 이는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소중한 미래융합자산으로 큰 가치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양도성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인류 유산에 걸맞게 지역주민과 함께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 박원순식 서울개발이란?

 “지금 50층 아파트는 보기는 좋지만 20~30년 후엔 슬럼화될 거라고 확신한다. (재건축을 할 경우) 사업성이 있으려면 30~40층 아파트를 100층, 200층으로 다시 지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좋은 건물 하나 지으면 100년 넘게 간다. 2017년이면 한양 도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 성곽을 둘러싼 마을 22곳은 하나하나가 북촌처럼 변하고 있다. 원래는 거기가 다 뉴타운 지역이다. 아파트촌으로 100년 후 서울을 그릴 수 있겠나.”

 “한양도성을 비롯한 서울의 대표유산들이 세계 전 인류가 함께하는 세계유산으로, 날이 갈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미래유산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관계기관, 전문가, 시민들과 함께 오랜 기간 정성스럽게 가꾸어 세계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유산이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경우, 과거 무분별한 개발시대를 넘어 서울이 역사의 깊이와 문화의 향기가 살아 있는 명실상부한 2000년 역사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언론을 통해 밝힌 서울개발 방향이다. 역사문화가 최고의 미래자산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른바 ‘박원순식 서울개발’의 청사진이다. 
  

 글/사진=서울 한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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