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돼지 논란의 본질
개, 돼지 논란의 본질
  • 심형수
  • 승인 2016.07.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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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교육부 고위공무원의 개, 돼지 발언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신문사 주필의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라는 대사가 나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탓인지 인구에 회자 된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사건이 터져 영화가 너무나도 현실을 흡사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내용이 재조명되고 있을 정도이다. 해당 공무원도 아마 그 영화를 보고 그 말에 동조하며 잠재의식 깊숙이 그 대사를 새겨 놓았던 후유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 돼지 논란을 보니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장자의 제물론이나 열자에 나오는 우화에서 유래한 용어로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하거나 남을 농락하여 사기에 빠지게 하는 협잡술을 의미할 때 사용되는 단어이다. 어리석은 사람을 동물인 원숭이에 비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 돼지론과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개, 돼지 논란의 기원은 상당히 오래된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동물인 개, 돼지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그런데 왜 그런 소리가 씨알이 먹힐까? 우리 일반 대중들이 개 돼지의 본질, 즉 의식이 깨어 있지 못하고 멍청하게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좇아 멍멍대거나 꿀꿀거리다가 쉽게 잊어버리는 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특별감찰에 대하여 ‘주말 지나면 잠잠해질 텐데 왜 사건을 키우나?’라고는 발언하며 반발하였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표현만 다를 뿐이지 일반 대중을 개, 돼지로 보는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언론사나 고위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어떤 이슈에 대하여 그들이 노리는 대로 대중을 현혹시켜 본 경험을 가진 자는 ‘대중은 개, 돼지이다’라는 말을 신봉하게 될 것 같다. 언론인들도 그렇지만 실제로는 언론사 뒤편에서 대중들의 의식을 오도하려는 계층, 즉 그릇된 정치인이나 재벌, 고위 관리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류에서도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나 생각된다. 왜냐하면, 주위에 언론사의 고의적인 오도를 비판 없이 받아들여 설치는 일반인들이 상당히 많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례를 들어 전경련의 금전적 지원을 받아가며 각종 시위와 집회에 끼어들던 어버이연합의 불법적 행태에 대해 납득할만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심지어는 이러한 사건을 축소 보도해 가며 애써 외면하는 언론사들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주류언론이라고 불리는 상황이다. 이전에 어버이연합의 목소리는 적극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바로 그 언론들이 말이다. 현재까지도 이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는 제대로 발표된 것이 없으며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버린 사건이 되어버린 듯하다.

 우리가 이러한 개, 돼지라는 손가락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개. 돼지의 특성에서 벗어나면 될 일이다. 즉 문제가 되는 사안은 제대로 된 해결책이 제시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어버이연합이나 세월호 사건과 같은 것이 이러한 사안에 해당한다. 최근 사드배치문제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MD체제에 편입이 되어 한반도가 열강의 미사일 전쟁터로 변하는 게 문제의 본질인데 투쟁의 방향을 전자기파의 영향이나 지역이기주의의 표출로 오도하고 있다.

 또한, 매스컴에서 큰 목소리로 떠든다 하더라도 쉽사리 넘어가지 말고 합리적이고 제대로 된 분석을 바탕으로 어떤 고의성이 숨겨져 있는 것인지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갖출 일이다. 그런데 먹고살기 바쁘고 일상생활에 매여 있는 일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검색하고 합리적인 사유구조를 바탕으로 진실이나 사실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개, 돼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가 각종 현안들은 쉽게 풀릴 기미가 없이 한여름 더위까지 겹치니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라 하겠다.

 심형수<전북도 서울장학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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