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진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원정진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최두영
  • 승인 2016.07.28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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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말이 있다. 물에 빠뜨린 칼을 찾기 위해 배가 움직이는 것은 생각도 아니 하고 칼을 떨어뜨린 뱃전에다 표시해 둔다는 뜻으로 변천하는 시대도 모르고 낡고 보수적인 생각을 고집할 때 쓰이는 말이다.

 의료계 발전에 편승하여 지방에 있는 3차 의료기관들도 최첨단 의료기기와 진료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이 대거 포진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중증질환자일수록 서울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가서 치료해야 한다는 낡고 보수적인 선입견이 지역 환자들에게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지역 3차 의료기관도 거점병원으로써 수도권 대형병원과 견주어 경쟁력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우리 지역 건강의 버팀목이 되는 원광대병원, 전북대병원만 놓고 보도라도 편견과 선입견보다는 믿음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원정 진료의 폐해는 환자들의 비싼 의료비, 버려지는 시간, 지방 3차 의료기관들의 경쟁력 약화 등 자신과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피해를 안겨준다. 물론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경험한 환자들이 이동의 불편함과 진료의 질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면서 유턴하는 경향도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지역 3차 의료기관들의 진료 수준이 수도권과 별 차이가 없다는데 기인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원정 진료비 지출은 2조8천억원으로 파악됐다. 10년새 2배로 증가한 수치로 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의료기관의 대책이 시급하다. 266만명의 지방 환자가 서울대형병원에서 진료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지역별로는 강원도가 20.0%, 충남 19.4%, 충북 16.3%, 전남 10.2%, 제주 10.1%, 경북 9.8%, 전북 9.6%로 분석됐다.

 전라북도 역시 KTX 개통으로 지역 환자의 유출이 심각한 상태다. 수도권 인접지역이 아니라도 KTX를 이용하면 당일 진료가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 대형병원들은 지방 환자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과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대형병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병원을 확장하고 입원실을 늘리는 등 갈수록 초대형화 추세다.

 이런 추세는 지역민이 생활권 지역 의료기관을 외면하면서 필연적으로 지방 병원들에게 재정적 압박을 주고 있다. 원정 진료가 지방의 의료 인프라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의료자원 불균형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결국 악순환이 되어 결국 지역민들의 삶의 질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최근 원광대병원은 심뇌혈관질환, 암, 외상, 중증응급질환 등 난이도가 높은 진료의 질 향상에 심혈을 쏟아 왔다.

 그 결과 원광대병원은 지난해 권역외상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 헬기(일명 닥터 헬기) 배치 사업을 유치했다. 전국 여섯 번째 ‘응급의료 전용 헬기(Air Ambulance)’ 전북권역 운영 병원으로 선정된 것이다. 닥터헬기는 중증응급환자 발생시 5분 내에 의사 등 전문 의료진이 탑승해 요청지역으로 출동하는 하늘의 응급실이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 출혈을 동반한 중증외상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특화된 의료센터다. 2011년 유치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원광대병원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평가한 1주기 운영사업 및 2주기 후속사업평가에서 전국 1위의 성적으로 최우수센터임을 입증했다. 뿐만아니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평가에서 항목별 인증평가를 우수한 성적으로 충족시켰다.

 이제는 우리 지역 3차 의료기관들의 노력과 성과를 보다 열린 마음으로 평가해 주어야 한다.

 그 시작이 원정 진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무조건적인 원정 진료를 선호하기보다 이제는 지역 의료기관들의 의료의 질과 성과에 주목할 때다. 도민들의 관심과 방문 속에 우리 지역 의료기관들도 성장하기 때문이다.

 정부 또한 제도적으로 지방 환자들의 원정 진료를 제한한다든지 아니면 수도권 대형병원들에 필적할 만한 지방 3차 의료기관들의 인프라 확충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진료협력체계 역시 지역의 1, 2차 병원과 3차 의료기관간의 협력이 절실하다. 탄탄한 지역 의료협력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중증환자들을 비롯해 긴급 수술이나 시술 전 정밀검사는 3차 의료기관에서 책임을 지고, 치료 후 안정 가료는 지역 1,2차 병원으로 후송하는 시스템을 견고하게 다져야 한다. 지역 병원간 경쟁이 아닌 상생, 협력관계를 강화하자는 의미다. 경쟁의 힘도 크지만, 협업의 힘은 그보다 몇 배 크다는 사실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최두영<원광대병원 병원장> 

 약력

 ▲원광대병원 기획정보실 실장 ▲〃 진료처 처장 ▲〃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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