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가축 폐사 잇따라, 농가 ‘비상’
폭염에 가축 폐사 잇따라, 농가 ‘비상’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6.07.2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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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와 연일 무더위가 지속된 27일 전라북도 김제시에 위치한 한 양계장에서 주인이 높은 온도에 폐사한 닭을 꺼내 나오고 있다./김얼 기자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죽어나가는 닭들 때문에 속상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도내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가축들이 폐사하는 사례가 연일 터져 나오는 요즘, 도내 가축농가에서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자 사활을 걸었다.

 김제시 만경읍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박규중(72) 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축사 주변에 물을 뿌리며 지면의 열을 식히는데 한창이었다.

 박 씨는 “한 달 새 무려 2천여 마리의 닭들이 폐사했다”며 “매년 닭들이 죽어나가지만, 올해 피해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15년간 양계장을 운영하며 매년 이맘때면 닭들이 죽어나가는 일을 겪으면서도 올해는 폭염이 빨리 찾아와 손쓸 틈조차 없었다는 박 씨. 박 씨는 600평 규모 6개 동의 축사에 안개 살포기와 환풍기를 온종일 가동하며 닭들을 보살피는데 여념이 없었다. 또한, 박 씨는 양계장 주변 지면에 열을 식히고자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리며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하고 있었다.

 이런 박 씨의 노력에도 불볕더위는 이길 수가 없었다. 폭염에 박 씨가 뿌린 물살은 10분 채 되지 않아 금방 증발해버리기 때문이다.

 박 씨는 “제대로 된 시설을 갖췄어도 닭들이 죽어나가는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닭들이 조금이라도 더 시원하게 주변 바닥에 물을 뿌려주는 것이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박 씨의 양계장 6동은 평소 안개 살포기를 2분 단위로 살포가 되게끔 설정했다. 하지만, 폭염이 시작된 이래 50초마다 양계장에 안개가 살포되게끔 맞추어 놨다. 박 씨는 폭염에 따르는 비용과 폐사처리 비용 등 추가비용마저 발생하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닭들조차 팔리지 않고 있어 박 씨의 시름은 깊어만 갈 뿐이었다.

 또한, 완주군 용진읍에서 한우를 키우는 정수득(52) 씨도 폭염으로 인해 가축이 지치지 않도록 애를 먹고 있다.

 정 씨는 “소들이 더위를 먹을까 봐 축사 지붕과 측면에 햇빛을 막고자 차단막을 치고 안개 살포기를 통해 계속해서 물을 뿌려주고 있다”며 “70여 마리의 소들을 한마리 한마리 살피는데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들은 “지자체에서는 ‘가축이 몇 마리나 죽었느냐?’며 묻거나 현장에는 나와보지도 않고 전화로만 상황을 묻고 있다. 상황이 어떤지 직접 봐야 할 것 아닌가”라며 지자체의 대처에 아쉬운 속내를 내비쳤다.

 전북도 관계자는 “인력 부족하다 보니 늦어질 뿐, 현장을 직접 나가서 확인하고 있다”며 “도내 가축 피해로 인한 아픔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피해예방을 위한 대처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지역에서는 총 1만4,872호의 가축농가가 등록돼 있으며 한·육우 농가가 1만1,140호, 돼지 농가 1,406호, 양계 농가 1,206호 등이 등록돼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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