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족으로 넘치는 나라
공시족으로 넘치는 나라
  • 박세훈
  • 승인 2016.07.25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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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15세~29세에 해당하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65만 2천명으로, 그 중 39.4%인 25만7천명은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이른바 공시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공시족은 2012년 16만여 명에서 몇 년 사이에 크게 증가한 것이다. 청년 시험 준비자 중에서 공시족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교원 임용고시나 고시 등 전문직을 준비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반은 공시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시족이 늘고 있다는 통계는 최근의 경제 상황이나 청년 취업난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몇 해 전에 지인의 아들이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조촐한 자리를 만들어 축하해준 적이 있다. 집안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한둘은 다 있기 때문에 축하연에 참석한 사람들도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런데 몇 달 못 버티고 회사에 사표를 내고, 공무원 시험준비를 다시 한다고 하였다. 다행히 그다음 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경기도의 어느 지역에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기업에 근무할 때보다 보수는 반 토막 났지만, 마음은 편하다고 한다.

이처럼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도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을 보면, 최근 청년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 무엇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우선은 고용의 안정성이다. 민간 기업의 경우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운(?) 좋게 정년까지 근무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가 정년 전에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무거운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지 그 걱정이 큰 것이 사실이다. 공무원의 경우는 해임이나 파면 등의 중징계를 받지 않는 한 정년이 보장된다.

둘째는 공무원 선발과정이 그래도 공정하다는 인식이 작용하는 것 같다. 수저계급론이 등장하면서, 자신이 흙수저 출신이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이 스펙이나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유일한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 시험을 응시하는데 학력제한은 없으며, 일부 시도의 경우 고졸자도 일정 비율 채용하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 열풍이 최근에는 고등학교로까지 확대된 느낌이다.

셋째는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공무원의 근무시간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잔여 업무처리를 위해 초과로 근무하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대개는 정해진 시간에 칼 퇴근한다. 때로는 밤늦은 시간까지 근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주말까지 반납하고 근무해야 하는 민간기업에 비하면, 매력적인 조건임이 틀림없다. 모두가 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는 근무여건이다. 공무원은 비교적 긴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평생소득을 따져 보면, 결코 보수가 적다고 말하기 어렵다. 최근 연금법 개정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국민연금에 비하면 좋은 조건인 공무원 연금도 청년들을 공무원으로 유인하는 요소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청년들, 특히 명문대를 졸업한 우수 인재들까지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국민의 먹거리와 경제발전을 책임질 분야에서 종사해야 국가의 장래도 밝아질 것이다. 정치권도 경제계와 협력하여 청년의 일자리 창출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작정 공무원 수를 늘리기보다는, 민간기업에 취업해서도 자신의 미래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고용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미래의 직업세계도 변화될 전망이다. 먼 미래를 보고 직업을 찾는 혜안도 필요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세훈<전북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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