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게 무조건 좋기만 할까
새로운 게 무조건 좋기만 할까
  • 김진태
  • 승인 2016.07.24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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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 등장으로 인간의 취미 가운데 가장 지적이기에 오로지 인간만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바둑의 새로운 영역이 확장되는 충격을 우리는 지켜봤다.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심사숙고한 분전에도 불구하고 패배함으로써 놀라움과 경계심, 그리고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 것이다. 더불어 우리에게 유익한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영역은 점차 확대되어 무인조종 자동차등장도 화제가 되었다. 소재의 새로운 기능과 개발이라는 차원을 벗어나 우리의 생활에 직접 참여하는 단계에 이른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또한, 포켓몬 고 게임 열풍으로 인해 국내 지리정보의 구글제공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애플이 캘리포니아에 신축 중인 새로운 사옥의 첨단기술도 관심을 끌고 있다. 컴퓨터 수준의 용량을 가진 스마트폰이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수백 대의 드론들이 연출하는 불?놀이와 같은 기기나 기술들은 추후 급속하게 일반화되거나 상용화될 전망이다.

 기기문명의 급속한 발전과 변화와 더불어 우리들 삶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도심지역까지 출현하는 멧돼지로 인한 소동은 더 이상 생경하지 않다. 멧돼지의 잦은 출몰에 대한 이유들도 분석되었다. 그러나 그 해결방안에는 지지부진하다. 단순히 생태계 최상위포식자 위치를 차지하는 멧돼지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주민의 안전이 고려되어야 하고 공원이나 녹지대에서의 농경면적 증가에 따른 영향도 감안해야 하며 도시생태축이라는 전반적인 문제들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가을철 땅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놓고 야생동물과 사람과 경쟁하는 우스운 모습도 바꿔야 한다. 별생각 없이 도토리묵의 별미가 생각나 주워오는 도토리가 야생동물에게는 살기위한 먹이라는 생각으로 방안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허기진 야생동물들은 먹이를 찾아 배회하거나 활동범위가 확장되면서 우리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정도가 되었다. 야생동물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말이다.

 사람이 제일 무서운 존재라는 말이 있다. 근래 발생하는 범죄양상을 보노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무릇 사람간에도 이럴진대 약육강식 관계에서 생존을 위해 극도의 경계심을 가져야 하는 야생동물들이 인간에게서 느끼는 위협은 상대적으로 제일 큰 위협인 것이다. 여기에 기후변화에 따라 새끼들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먹이 필요성이 증가한 것도 동물들의 터행동에 영향을 주게 되고 그 결과 경쟁에서 밀려난 개체들은 방황하면서 인가까지 접근해서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게 된다. 양상은 조금 다르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로드킬 역시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야생동물의 서식환경에 대한 급격한 변화와 인위적인 간섭으로 행동반경이나 활동범위가 변하도록 원인제공을 한 셈이다.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을 하고 있다. 이전과 비교하면 좀 더 세련되거나 눈길을 끄는 기능을 자꾸 제시함으로써 그 욕구를 이어가도록 유혹하는 신상품 마케팅은 어느 한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가전제품을 비롯한 기술, 그리고 정책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예전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던 정책소비자들의 인식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행정이 결정하고 추진하면 별다른 이의제기 없었던 시절은 지나고 정책결정과정이나 추진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제기를 통해 올바른 성과와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일방적이고 무조건 떼쓰는 방식이 아닌 대화와 협의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항상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이 동의하는 문제해결을 위해 상호노력하는 것이 획기적인 해결방안보다 우선할 수 있다. 하나씩 제대로 절차대로 진행하는 방식이 오히려 느닷없이 추진하는 깜짝 진행 방식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적응과 이해과정을 생략한 일방적인 정책들은 후유증을 야기했고 또한 제대로 성과를 이뤄낸 사례도 없다. 최첨단 신제품이나 신기술이라 할지라도 낯설고 느닷없는 것이 무조건 좋기만 하지는 않다. 때로는 인공지능 로봇보다 가마솥이 그리울 때가 있다.

 김진태<전북보건환경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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