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을 앞둔 환자안전법을 아시나요?
시행을 앞둔 환자안전법을 아시나요?
  • 김형준
  • 승인 2016.07.21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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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환자안전법이 오는 7월 29일부터 실행된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해 실시와 함께 그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환자안전법은 ‘종현이법’으로도 알려졌는데 2010년 백혈병을 치료받던 ‘종현군’는 거의 완치를 앞두고 항암제 투여오류 사고로 숨지는 일이 있었다. 그 후 문제가 된 백혈병 치료제인 ‘빈스크리틴’이라는 항암제의 비슷한 투약오류가 국내외 병원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는 데 이러한 정보가 병원과 의료진에게 제대로 보고되고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밝혀진 것이다. 그래서 이처럼 반복되는 환자안전사고가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보고되고 대응법이 마련되어져야 한다는 취지로 ‘종현군’ 부모 등의 오랜 노력 끝에 어렵게 제정된 것이다.

 환자안전법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망·장애·장해 등의 환자안전사고를 의료인이 정부에 자율적으로 보고하고, 정부가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정보를 분석해 의료기관에서 더 이상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피드백하는 일종의 ‘환자안전시스템’이다. 한마디로 환자안전시스템은 즉 보고·학습시스템인 것이다. 앞서 말한 빈크리스틴 투약 오류 사건으로 사망한 ‘종현군’의 이름을 따서 ‘종현이법’이라 칭했던 환자안전법의 제정 취지가 말해주듯, 이 법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환자안전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환자안전법 핵심은 의료기관 내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자율보고에 있다. 의료인은 현장에서 국내 의료 시스템의 현황과 문제점을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주체다. 잘못된 의료체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의료인이 가진 정보가 국가 차원에서 공유돼야 한다. 그러나 의료사고에 대한 죄책감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의료인이 환자안전사고를 보고하기 꺼리면 충분한 정보 축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환자안전법에는 환자안전사고 보고를 의무가 아닌 자율로 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오는 7월 29일 시행을 앞둔 환자안전법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보내고 있다. 환자안전법의 꽃은 ‘보고’이지만, 환자안전사고를 보고함으로써 촉발될지 모르는 의료분쟁과 의료인 처벌 증가, 의료기관 평판 저하 같은 의료계의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 환자안전법 작동으로 인해 의료기관이 갖춰야 할 환자안전시스템은 분명히 나와 있는데, 의료기관이 환자안전시스템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소요되는 부담에 대해 정부는 아직 구체적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담인력 채용에 따른 부담뿐 만아니라 의료기관은 환자안전관리 업무가 결국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의료기관은 환자안전법으로 환자안전위원회를 운영해야 하는데, 이미 의료기관에는 환자안전위원회의 일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감염관리위원회, 의료사고예방위원회가 작동하고 있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제도만 현재 100가지가 넘는데, 환자안전법 작동으로 의료기관은 때때마다 업그레이드될 환자안전지표도 챙겨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자율적인 보고를 하느라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과 노력이 먼저 보전돼야 환자안전시스템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의료계가 걱정하는 환자안전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두게 한 조항이다. 환자안전시스템을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자격을 갖춘 환자안전 전담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의료기관은 환자안전 기준에 따라 전담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200병상 이상 500병상 미만의 의료기관은 환자안전 전담인력으로 의료기관근무 경력 5년이상의 의사나 전문의 또는 간호사 1명을 선임해야 하며,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2명 이상의 전담인력을 갖춰야 한다. 환자안전법이 시행되면 전국 200병상 이상 병원이 약 1,100명 환자안전 전담간호사를 필요로 할 것으로 추산된다는데 사실 인력난,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병원 등은 현실적으로 시키기 어려운 조항이라는 점이다. 결국 원가이하의 낮은 수가로 어려움을 겪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환자안전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재정지원이 절실한 것이다. 하지만 법을 만들어 놓고 정부가 책정한 올해 환자안전법 예산은 5억5천만원 수준이다. 과연 정부의 법안에 대한 실천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종현군’의 희생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고자 어렵게 제정된 환자안전법이 잘 정착되기 위해서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김형준<신세계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부안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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