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사회,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하자
위험한 사회,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하자
  • 이춘석
  • 승인 2016.07.21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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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사건사고에 관한 뉴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주 영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6중 추돌사고 동영상은 사람들을 그야말로 경악게 했다. 그로 인한 충격도 잠시. 홍은동 공사장 붕괴사고, 종로타워 화재 사고가 연이어 검색순위 1위로 올라온다. 최근 들어 유달리 더 많이 사고가 나는 것인지, 늘 발생하는 사고들이 단지 더 많이 보도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우리가 이미 위험이 일상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일만은 아니다. 울리히 벡은 이미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지었다. 근대산업사회에서의 기술에 대한 맹신과 의존이 현대사회의 일상적 위험요소를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사회를 해체하고 새로운 원리로 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유럽 각국을 비롯해 실제 많은 선진국들은 산업화가 초래한 폐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제도적인 보완과 의식 개혁을 거듭하며 국가운영의 방향을 수정해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론을 제기했던 1980년대 산업화 시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일례로 과거 자동차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운전자와 보험가입자에게 처벌을 면제해주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현재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제정된 지 30년이 지난 이 법은 이제 교통사고를 조장하고, 사고를 내도 사과할 줄 모르는 인명경시풍조와 물질만능주의를 만연시켰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뭐라 해도 우리나라의 후진적 근대성을 보여준 최악의 참사는 세월호 사건이었다. 3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음에도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을 넘긴 지금까지 침몰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역시 시민단체가 접수한 피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가 70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아직도 제조 당시 이 유해물질이 어떻게 판매허가를 받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러는 사이에 어제는 또 공기청정기와 차량용 에어컨 항균필터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환경부 발표가 나왔다. 시기도 형태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정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위험들이 우리 주위에 늘 도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이렇게 반복되는 빨간 신호등을 계속 무시하며 독주하는 ‘정부’다. 여기에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까지 밀어붙이면서 국가가 담당해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마저 포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옥시나 항균필터를 만든 3M에 대해 우리가 더 화가 나는 것은 그런 제품을 우리나라에서만 제조해서 판매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선 금지된 유해물질들이 우리나라에선 멀쩡히 허가를 받고 인체에 무해하다며 광고까지 한다. 이케아나 폭스바겐 역시 자사제품의 하자에도 유독 국내 소비자들에 대해서만 배짱이 두둑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몰라도 대한민국에서는 ‘그대로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이나 인권엔 관심이 없는 정부 덕에, 요즘 자조 섞인 유행어로, 국민들만 그야말로 ‘글로벌 호구’가 되어버렸다.

 국민들의 건강과 재산을 지켜줄 국가는 없는데 청와대는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의혹으로 연일 분주하고 소란스럽다. 산업화의 열매는 시들어 버린 지 오래지만, 그 그늘 뒤에 감춰졌던 정경유착과 정보의 독점, 책임의 부재는 여전히 구악으로 남아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때다. 청와대를 위한 국가가 아닌 국민을 위한 국가로 말이다. 그동안 덤으로 여겨 왔던 국민의 안전이나 인권의 가치를 국가운영의 최우선 기조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국민들의 기본권을 위한 정보들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규제들은 오히려 강화하고 엄중한 처벌이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 권력의 벽을 낮추고 정부 정책 결정에서 시민들의 적극적 개입을 위한 통로를 열어두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려면 더 많은 시민의 지성과 힘이 필요하다. 결국 달리는 것은 말이지만 방향전환을 하는 것은 마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국가는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춘석<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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