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개정면 출생. 본명은 이정숙, 군산교육대학과 군산대학교 국어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9년 『한국시』로 등단. 군산의 『청사초롱』과 『기픈시』 동인, 『전북문학』 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1996년 첫시집 『물 위에 뜨는 바람』외 4권의 시집을 발간하면서 ‘가슴의 불 태우다가/끊임없이 태우다가//간 세월만큼/아픔의 옹이 삭히다가//그대 앞에 서고 싶다’(「소금 1」)’며 끈질긴 기다림과 인종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떠나는 뒷모습이
돌이 되어 얹혀 있다. 그 돌 위에
이끼 덮이듯
그리움을 덮으며 살기로 했다.
- 중략-
끝도 없이 그대 생각으로 차는 눈빛
이 몸이 녹아 내려
그의 찬 가슴에 스미는
눈물이고 싶어
- 「고백」 일부. 1996
이별과 상실, 그러나 그것을 원망하거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돌 위에/이끼 덮이듯/- ’덮으며 살기로 했다‘고 한다. 안으로 안으로 그것을 삭이고 녹여’ 그의 찬 가슴에 스미는/눈물‘ 이 되어 슬픔을 삭이고 용해시켜가는 포용과 긍정의 자세가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연상케 하는 애이불비의 세계에 다름 아니다.
가슴에 대못이 박힌 듯
울컥 울컥 치미는 설움 덩어리
큰 바위 하나 꾹꾹 눌러 놓고
- 중략-
캄캄한 절벽 위에 서서
부싯돌을 켠다
다시 찾을 길을 위하여
-「다시 한 번」 일부. 1999
그러나 이직 가슴에 대못이 박힌 듯/울컥 울컥 치미는 설움‘을 어쩌지 못해 그것을 ‘큰 바위 하나 꾹꾹 눌러 놓고’ ‘ 캄캄한 절벽 위에 서서/부싯돌을 켜’ ‘다시 찾을 길을 위한’ 결의에 찬 그의 여정이 사뭇 비장하다.
먼 길 돌아 여기까지 바람에 휩쓸려
하늘도 땅도 한 통속이 되어
희뿌옇게 흐린 날
눈 뜨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중략-/
도무지 희미하여 알 수 없을 때
한 번 쯤은 조용히 눈을 감고 찾는다
등대처럼 불을 밝혀 어둠을 감싸기까지
-「나의 길을 묻는다」 일부, 2014
단절과 소외의 현장을 벗어나 ‘여기까지 바람에 휩쓸려’ 왔건만 ‘가을비처럼 내 삶은 온통 젖어/빈 몸으로 흘러내리고’고 있다고 한다. ‘부싯돌’로 시작된 그의 ‘길 찾기’가 아직 길을 찾지 못한 채 ‘어둠’에 쌓여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과의 대결이나 ‘밀쳐내기’ 가 아니라 그것을 오히려 ‘감싸 안은 ‘포용과 긍정’의 세계다. 화자는 그 힘으로 ‘천만 개의 문을 닫는 겨울 숲에 들어’ 머지않아 환하게 열릴 빛의 길을 찾아 ‘따끔거리는’ 겨울 숲에 들어 오늘도 ‘꽃눈을 여미고 있다-(<겨울 숲에 들다>일부)’.
(김동수: 시인.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