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파프리카 농가 수익성 ‘빨간불’
전북 파프리카 농가 수익성 ‘빨간불’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6.07.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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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득 작목으로 주목받던 파프리카가 과잉 생산의 여파로 출하도 못 하고 산지에서 무더기로 폐기되고 있으나 완주의 한 농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수확을 하고 있다. 신상기 기자

 “도매가격이 kg당 2천 원까지 떨어지면, 농사를 포기해야 합니다.”

전북 도내 파프리카 농가가 가격 하락에 울상을 짓고 있다.

20일 완주군 A 파프리카 농가. 이곳에서는 여름 파프리카 수확이 한창이다. 파프리카는 봄에 재배를 시작해 5~6월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9,917m2(3천 평) 규모의 유리온실에서 재배하는 파프리카 연간 평균 생산량은 55톤 정도이며, 주요 공급처는 로컬푸드, 이마트, 수도권지역 도매시장 등이다.

파프리카는 비타민 A와 C가 다량 함유돼 있고 칼로리는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농가 분위기는 차갑기만 하다. 파프리카 판매가가 크게 떨어져 생산비도 못 건지는 등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12일 기준 파프리카 전국 도매시장 가격은 kg당 2,600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93%, 평년대비 78% 가격수준까지 떨어졌다.

농민들은 최소 가격이 kg당 3,000원은 돼야 손익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A농가 관계자는 “평당 재배비용은 인건비, 냉난방비 등을 포함해 15만 원 선으로, 한 해 4억5,000만 원이 소요되는 데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며, “총 생산비도 못 건진 채 부채만 쌓인 농가들이 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애써 재배한 파프리카를 땅에 묻을 판”이라고 토로했다.

수출용 파프리카를 생산하는 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낮은 국내 시세가 수출단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통상 여름철 일본 수출은 물량이 달리는데 국내 가격이 낮다 보니 바이어 등 수출업체들이 국내 가격을 알고 수출 단가도 높게 쳐주지 않는다.

생산량의 60%를 일본에 수출하는 김제 B 파프리카 농가 관계자는 “지난해 엔저 현상으로 수출 가격이 폭락한 이후, 현재까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는 농가들은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파프리카 농가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과잉생산 때문이다. 국내 파프리카 생산량은 2010년 424㏊에서 4만1,000t이 생산됐지만 2014년에는 598㏊, 6만4,000t으로 재배면적은 29%, 생산량은 36% 늘었다.

이에 한국파프리카 생산 자조회는 수급 조절을 위해 이달 말까지 전국적으로 1,000t을 폐기하기로 했다. 전북지역은 이 가운데 134t을 배정받아 현재까지 62t을 폐기 처분했다.

왕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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