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축사 양성화, 축산정책인가 환경보전 대책인가
무허가 축사 양성화, 축산정책인가 환경보전 대책인가
  • 안호영
  • 승인 2016.07.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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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국회에서 축산농가의 최대 관심사인 무허가 축사 적법화와 축산환경 개선방안에 대한 특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축산농가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국회가 발 벗고 나서고, 이미 정부도 축산악취 문제의 심각성을 고민하고‘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업’을 이끌어 가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고 악취정책을 포함한‘중장기 종합대책’수립에 들어갔다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산 쇠고기 반값 세일, 수입산 돼지고기 무한리필 등 최근 저가의 외국산 축산물의 공격적인 판매가 급증하면서 FTA 발효로 인한 축산물 시장개방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축산물시장이 개방되고 축산선진국과 경쟁에 노출되지만, 가축분뇨의 부적정한 처리로 인한 악취는 국민들에게‘사랑받지 못하는 축산업’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켜 가축사육거리제한 등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규제강화 및 축산농가와 지역주민 간 빈번한 갈등은 FTA 등에 대응하여 생산성 향상 및 생산비 절감을 위한 축산농가의 시설투자를 제한하여 축산물 생산 감축의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축산업은 정부시책으로 규모화·전업화 과정에서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약 45%의 축산농가가 건축법 및 가축분뇨법에 저촉되는 무허가 축사로 되어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무허가 축사 적법화 유예기간을 2018년 3월 24일로 예고하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축산업은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나라 축산업은 전체 농업생산액의 42%나 차지할 정도로 농업·농촌에 있어 축산업이 우리 농업의 중심이자 희망이지만, 2016년 농림예산 14조 2,883억 원 중 축산분야 예산은 전체의 10.6%에 불과할 정도이다. 또 악취문제가 우리 축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면서, 축산악취문제 해결 없이는 축산업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2014년 3월 24일 환경관리를 강화할 목적으로 시작된 가축분뇨법 개정안이 건축법상 무허가 축사 문제로 쟁점이 확대되면서 무허가 축사 양성화 조치가 단지 건축허가가 없다는 이유로 평생을 이어온 축산농가의 생업을 위협하고 있다.

 무허가 축사는 영세한 축산농가들이 약간의 경영 개선이 될 때마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불가피하게 조금씩 널려온 축사 일부이다. 즉 그 축사에서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설들이라는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너무 급하게 단속이나 적법화 잣대로 평가하지 말고 축산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존 시설들을 인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양성화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전향적인 양성화 이후에 냄새 문제나 환경 관리 개선사항을 점차 관리해나가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허가 축사 양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건축, 환경, 축산부서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일괄적으로 허가를 얻을 수 있는 체계가 이루어지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무허가 축사 양성화 조치는 시군의 지방조례에 가로막혀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건축법 제58조와 같은법 시행령 제80조의2에 의하여 6m이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했으나, 지자체마다 축사와 건축선 또는 인접 대지경계선과의 이격거리를 건축조례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고 있어 적법화에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이격거리 완화를 위한 지자체 조례를 개정 또는 건축법 특례로 한시적 시행 등의 조항을 삽입하여 해결할 필요가 있다. 또 건폐율 적용도 법이 정한 60%보다 제각기 다르게 20~30%로 하향 설정하여 운영 중인 지자체도 많아 조례 개정도 필요하다.‘하천법’에 따른 사용하지 않는 구거나 농로 등에 무허가 축사가 침범하는 경우도 있어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간 내 국유지 매입이 어려운 실정이므로 국유지의 용도폐지 또는 매입의 행정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정부 대책도 필요하다.

 10년, 20년 전에 지어진 축사를 최근에 만들어진 규정에 맞추려면 축사를 반으로 쪼개야 하는 양성화 조치가 축산업의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여 추진되는 조치인지 묻고 싶다. 양성화 조치를 시행하기 전에 축산농가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제가 되는 법과 규정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하나 축산발전이 아닌 환경보전 대책으로 추진하다 보니 이런 점에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결과이다. 정책은 그 목적과 대상에게 맞게 추진되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축산발전을 위한 축산정책이 아쉬울 따름이다. 따라서 축산농가의 생산성 보호라는 근본적인 취지를 중심에 두고 양성화 과정에서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 등을 너무 고집하면 양성화의 의미가 없음을 당부하고 싶다.

 안호영<국회의원> 

 약력

 ▲법무법인 백제 대표변호사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국회 전반기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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