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의 유혹
공짜의 유혹
  • 김동근
  • 승인 2016.07.18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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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뉴스 속보로 나오는 내용 중의 하나는 현직 검사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것이다. 진경준 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진 검사장은 한때 넥슨재팬에 투자해 12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어 세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식 대박’의 부러움을 받았었다. 일부 언론의 넥슨 주식 특혜 매입 의혹에 대해 법무부와 청와대는 자기 돈으로 주식을 사서 대박을 터트린 것이 뭐가 문제이냐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했었다. 그런데 특임검사가 임명된 후 발표된 내용을 보면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 매입 자금원에 대해 세 번씩이나 해명한 내용이 모두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무상으로 주식 매입 자금을 받아 그 돈으로 주식 대박을 터트린 것이었다.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은 ‘공짜’로 얻은 것이었다.

 ‘공짜의 유혹’은 무섭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데도 사람들은 공짜의 유혹에 끌려 많은 것을 잃어버리곤 한다. 예를 들면 고금리 또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에 현혹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높은 수익이 발생하는 곳에는 항상 높은 위험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수익과 위험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 공짜처럼 보이는 높은 수익률만 보고 거액을 투자한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최근에 서민들을 대상으로 일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1개월 무이자 대출 이벤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광고에 현혹되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와 같은 제2금융권에 가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처음 한 달은 무이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금리 대출에 빠지게 되는 것이 무이자 대출의 함정이자 유혹이다. 고금리가 되기 전에 돈을 갚고 나와야지 생각했던 사람들은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대출 규모가 같아도 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에서 빌리는 것보다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면 신용 평점을 더 많이 잃게 돼 그만큼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들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순간 이미 제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최저 신용등급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무이자 광고에 현혹되어 제2금융권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본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고금리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제2금융권뿐 아니라 금융 감독 당국도 이러한 관행을 적절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공짜’는 소비자들에게 ‘값싼 것’과 아주 다른 심리적 기준의 가격이다. 심리학자 댄 애리얼리는 ‘허쉬 키세스 초콜릿’을 이용한 유명한 실험에서 공짜 상품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증명했다. 동일한 상품일지라도 1원의 가격이 매겨진 경우와 가격이 매겨지지 않은 공짜의 경우 소비자들은 다른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1원의 가격이 매겨진 경우 소비자들은 매우 합리적으로 행동하였지만, 공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른 물건을 구매할 기회를 포기하고 공짜 상품을 선택하였다. 공짜는 아주 강력한 유인 가격이다. 소비자들이 공짜 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위험이 더 적고 손실 가능성을 없애 주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면도기 제조업체 질레트는 면도기는 무료로 나누어주되 면도날은 돈을 받고 파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면도기 시장을 석권하였다. 소비자들의 ‘공짜’ 심리를 이용하여 하나의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보완 제품이나 후속 제품만 파는 전략을 구사하였던 것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아무런 이유 없이 소비자에게 공짜를 제공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짜라는 미끼를 통하여 소비자를 끌어들여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 의도가 깔렸다. 넥슨 김정주 회장이 진 검사장에게 무상으로 몇 억원씩 돈을 주고 차량을 제공한 행위는 대가성이 없는 친구로서 순순한 마음이었을까? 기업의 CEO가 진 검사장에게 공짜를 제공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 훨씬 타당할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례에서 공짜의 유혹이 삶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을 배워왔다. 하지만, 그 유혹은 치명적이어서 쉽게 거절할 수 없고 극복하기도 어렵다. 공짜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공짜를 멀리하는 수밖에 없다. 공짜는 경제적 선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휴가 계획을 세울 때, 지망대학을 결정할 때, 투표를 할 때도 항상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것 하나를 제대로 이루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 경제학 계명에 ‘공짜점심은 없다’라는 것이 있다. 땀 흘려 얻은 대가야말로 최고의 기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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