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국악 등용문으로 ‘전주대사습놀이’가 자리하기 위해서는 평가와 진단에서부터 내부적으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매년 심사 공정성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전주대사습놀이를 진단하는 축제 평가보고서 마저도 부실해 빈축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경제사회통계연구원이 발간한 2016 전주대사습놀이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주대사습놀이가 대회와 축제 형식으로는 향후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지역민과 관광객 등 편의성이나 공간 구성면에서는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전주대사습놀이 기간에 총 방문객 수는 17만 3,905명으로 집계됐다. 전주 경기전 등 한옥마을 일대를 비롯해 덕진공원, 한국전통문화전당 등지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축제로 발전하려는 위상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지난해 평가보고서에서 지적을 받았던 축제 프로그램의 부실 문제는 한옥마을 일대에서 진행된 어린이 명창전과 대사습 유랑단 등의 프로그램으로 자칫 한 곳에만 머물 수 있는 관객을 유인하는 방식으로 해소시켰다는 평가다.
하지만 부대 행사에 있어서 개선할 점도 많았다. 전통공예체험인 부채 그리기나 종이공예, 한지공예 등이 부스 행사로 태조로 쉼터에 마련됐으나, 관객의 참여가 미비해 전주대사습의 이미지와 부합할 수 있는 참신한 기획안과 장소 선정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막식 공연 중에는 풍남문에서 미디어파사드가 진행돼 공연의 흐름이 끊기고 관객이 불필요하게 자리를 옮겨야 했던 점 역시 관련 단체와 사전 점검과 협의를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부분이다.
게다가 한옥마을을 찾는 대회 참여자나 방문객 등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개선 노력도 요구됐으며, 대표적인 불편 사항 중 하나인 교통 혼잡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일부 전주대사습놀이 경연이 펼쳐졌던 한국전통문화전당은 한옥마을 일대에 비해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비교적 한산하고 공간도 넓어 추후에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축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재원 마련을 위한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국가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별도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이번 평가보고서가 축제에 대한 설문에만 비중을 둔 채 대사습놀이의 꽃인 경연에 대한 부문은 사실상 다루지 않고 있어 정작 알맹이는 빠진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사습 출전자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경연과 관련한 문항은 ‘전반적으로 대사습놀이 대회에 만족한다’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경연에 만족하는 것인지, 축제의 프로그램에 만족하는 것인지 불분명한 질문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축제 후 이를 반성하고 다음해에 개선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평가보고서에 투입된 용역비는 250만 원에 불과, 전주대사습놀이 조직위원 평가 자체를 요식행위로만 생각하고 있어 보인다는 비난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조직위가 대회 상금을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지, 사실상 전체적인 축제와 경연을 진단하는 일에는 소홀했던 것 같다”며, “조금 더 비용이 들더라도 문화·예술적인 부분에서 깊이 있는 평가와 진단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