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는 전북도의회 업무보고장
혁신 없는 전북도의회 업무보고장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07.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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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전북도의회 각 상임위 회의장. 전북도와 도교육청이 실·국별로 올해 하반기 업무계획을 의회에 보고하는 열기로 뜨거웠다. 회의실엔 집행부 고위 간부들은 물론 6급 이하 직원들로 가득 찼고, 밖에서 TV를 시청하며 대기 중인 직원들도 적잖았다. 전북도 출연기관이 업무 보고하는 자리 역시 원거리에서 출장 나온 해당 기관 직원들로 입추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았다.

 다음날인 14일에도 상임위 회의장은 직원들로 가득했다. 업무보고는 통상 국장급 고위직이 일괄 보고한 후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현업 일선에서 가장 바쁘게 뛰는 6급 이하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뒤로 한 채 굳이 도의회 보고 회의장에 나올 필요가 없다.

 특권을 내려놓고 혁신에 앞장서겠다는 10대 도의회 후반기 첫 일정부터 해묵은 관행이 재현되고 있다. 도의회는 구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0년 9월 정례회부터 상임위 회의에 출석하는 집행부 공무원을 사무관급(5급) 이상으로 제한키로 하는 ‘회의 운영방안 개선책’을 마련했다. 처음 적용됐던 당시 정례회에는 과거 북적댔던 집행부 직원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간부 공무원들만 참석해 ‘창조적 긴장감’을 더해줬다. 도의원과 집행부 고위직이 직원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1대 1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아야 하는 까닭에 의원은 의원대로, 고위직은 고위직대로 공부를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창조적 변화는 10대 도의회 전반기에 슬그머니 사라졌고, 후반기 원 구성부터 낡은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주창했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도의회 안팎에선 “행정사무감사도 아닌 업무보고에 가장 바쁜 집행부 직원들을 대동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민원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직원들이 고위직 답변 보조를 위해 도의회를 찾는 것은 대표적인 행정력의 낭비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도의회가 회의 개선방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명확한 입장을 집행부에 공문으로 보낼 필요가 있다”며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면 두 기관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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