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
밥상머리 교육
  • 안 도
  • 승인 2016.07.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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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로부터 가정교육은 밥상머리에서 부터 이루어진다고 했다. 서너 살 철부지야 떼쓰는 것이 보기 싫어 그냥 놓아두지만 말귀를 알아들을 예닐곱 살이면 엄한 가정교육이 시작되었다. 바르게 앉아 어른이 수저를 든 후에라야 식사를 하고 어른이 안 오시면 오실 때까지 가다렸다가 자리한 후에 수저를 들었으며 지키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것은 어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으며 이렇게 어려서부터 배운 예의는 어른이 되어서도 습관처럼 지켜져 왔다.

밥상머리 교육하면 뭔가 대단히 까다로운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당연한’ 것부터 시작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예를 들면 먼저, 식사 시간에는 반드시 TV를 끈다. 식사 시간은 가족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다. 그런데 TV를 켜두면 아이들의 시선은 당연히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밥 한 술 뜨고 쪼르르 TV 앞으로 달려가는 아이를 보는 건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입으로는 밥을 먹고, 눈은 TV를 향하는 볼썽사나운 광경도 자주 연출된다. 그리고 TV를 보며 식사를 하면, 무의식중에 밥을 많이 먹게 돼 비만이 되기 쉽다고 한다.

밥상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우리나라 밥상 예절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어른에 대한 공경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연장자가 먼저 수저를 들면 그 다음에 아랫사람이 수저를 드는 것이 기본이다. 밥상에 맛있는 음식이 올라와 있으면, 아이들은 유혹을 참기 힘들다. 하지만 밥상에서 ‘어른 먼저’라는 예절을 배운 아이라면 끝까지 참고 기다릴 것이다. 이를 통해서 아이는 꼭 어른이 아니더라도, 함께 밥을 먹는 상대를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를 배우게 된다. 얌체처럼 맛있는 음식을 골라먹지 않는 일, 반찬을 뒤적이지 않는 일, 다른 사람과 식사의 속도를 맞추는 일 등도 중요한 식사 예절이라 할 수 있다.

밖에서 식사할 때도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 식당에서 뛰고, 떠들고, 우는 아이들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네 분식집에 가든, 최고급 레스토랑에 가든 말이다. 만 5세가 넘은 경우 ‘어린 아이니까’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돈을 내고 식사하는 옆 테이블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즐길 권리가 있다. 식당에서 내 돈 내고 식사하러 왔는데 뛰면 어떻고 떠들면 어떻느냐는 사고방식은 안 된다. 집에서 제대로 된 식사 예절을 배운 아이라면 바르게 앉아, 정해진 양의 밥을 먹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런 아이의 식사 예절은 당연히 빛나 보일 수밖에 없다.

정주영 회장도 자녀 교육 중 밥상머리 교육을 중시했다. ‘일근천하무난사 (一勤天下無難事) 즉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는 법이라는 족자가 걸린 명예회장 자택 아침 밥상에서는 새벽 5시에 자식들을 집합시켜 아침을 함께 먹었다. 식사 시간에 지각하는 손자는 솥뚜껑 같은 정회장의 손맛을 보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정회장은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등한 자본금”이라는 근면과 성실의 철학을 아침 밥상에서 전수한 것이다.

조선의 명문 유성룡가의 밥상머리 교육은 무척 단순했다. 그저 밥상머리에 가족이 함께하고, 최소한 지켜야 할 도리를 지켰다. 기초 예절의 중요성을 교육한 것이다. 전통 밥상머리 교육에서도 절제와 배려 등 기본 생활 습관을 훈련시켰다.

세련된 밥상 예절은 단 며칠 만에 완성될 수 없다. 밥상에 앉을 때마다 끊임없이 설득해야 하고, 스스로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밥상 예절은 반드시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지금 가르치지 않으면 성장해서 중요한 비즈니스 자리도, 사회생활도 큰 성과 없이 끝나게 된다. 세상에 밥 안 먹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냥 밥만 먹을 것이 아니고 삶의 교육을 반찬 삼아 먹도록 가르쳐야한다.

안도 / 문인협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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