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말짱 도루묵인가?
국회, 말짱 도루묵인가?
  • 이한교
  • 승인 2016.07.12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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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국회 시작을 바라보는 국민 대다수가 역시 도로 ‘묵’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토록 잘해달라고 말하고 설명했는데도, 분명히 그러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경솔하고 조심성이 없이 출발하고 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참고 기다렸다는 듯 개원 시작부터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세상 물정을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이, 초장부터 막장드라마를 능가하는 주인공처럼 떼거리로 야유하고, 호통치고, 삿대질도 모자라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폭로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필자는 이런 정치인을 향해 15년 동안 지겨울 정도로 지적(칼럼)해 왔다. 그때마다 다음에는 달라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텨왔지만 20대 국회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그들은 왜 국회에 들어가면 싸움닭이 되는가. 왜 국회의원만 되면 조급증 환자처럼 구는가. 주인(국민)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입에 거품을 물고 악을 쓰는가. 정말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인가. 아니면 의사당이 높아 우쭐해지고 싶어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상대를 철천지원수로 보고 보복공격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다시 공부해야 한다. 우리의 적은 지금 이 순간도 전 국토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북한이라는 것을, 이렇게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면 당신들은 정치를 모르는 방안퉁소에 불과하다. 필자가 아는 정치란,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대립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활동을 말하는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 이유로 갑자기 로또를 맞은 것처럼 수많은 특권이 쏟아져서 일 것이다. 여기에 빠져들어 본분을 망각하고 주인 노릇을 하려는 까닭에 충돌이 생기고 서로 원수처럼 싸우는 것이다. 이런 얄팍한 특권의식을 버리려면,

 첫째, 법질서부터 확립해야 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돈과 권력의 막강한 힘으로 면죄부를 받거나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누구든지 죄를 물어야 하고 공정하게 집행해야 선민의식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래야 고위공직자의 막말을 막을 수 있다. 책임지는 정치로 국민을 존중하고 무섭게 볼 것이다. 지금처럼 국민 대다수가 세상일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깊어지면 하루아침에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부터 대한민국의 미래를 학습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 미래는 바람 앞의 등잔불 같다. 빛은 점점 밝아지는데 바람은 멈추지 않고 더 거세게 부는 형국이다. 등잔불이 꺼지지 않게 하려면 국민은 사력을 다하고 지도자들은 국민의 방패가 되어 소임을 다해야 한다. 지금 이웃 강대국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다가오는데, 집안에서 엉뚱한 정쟁을 버리는데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는 지도자들, 이는 마치 군인이 경계해야 할 구역을 벗어나 낮잠을 자거나, 노닥거리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분명 지도자로서 직무가 있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는 법인데 날이면 날마다 싸우고 있으니 국민이 불안하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왜 일본이 헌법을 개정하려 드는가, 왜 중국이 사드 배치를 그토록 반대하는가. 지금 북한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그리고 이대로 가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을 학습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사건건 정략적인 판단으로 안방에서 자중지란을 벌이면 누가 웃고 있을지 깊게 생각해야 한다.

 셋째,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여·야 모두 매진해야 한다. 생산적이어야 할 우리 젊은이들이 지금 방황하고 있다. 이 문제를 국회에서부터 머리를 맞대고 앉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을 고쳐서라도 우리 젊은이가 땀의 가치를 찾아가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 문제를 다른 나라 얘기처럼 여기고 정치 생명연장선에서 지역의 예산 확보에만 급급하지 말고 우리 젊은이가 뿌리내릴 수 있는 터전을 먼저 마련해줘야 한다.

 물론 개인에 따라 더 중요한 문제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이런 기본적인 문제 해결 없는 발전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모두 망할 거라고 본다. 우유를 담은 유리컵을 던지면 깨지는 법이다. 이 우유는 다시 쓸어 담을 수 없다는 얘기는 상식이다. 다시 묻고 싶다. 정말 모든 것을 다 잃고 다시 복구할 수 없는 형편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왜 적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가. 아무리 자기 잘난 맛에 세상을 산다지만, 이 땅은 당신들만 사는 땅이 아니라 누구나 공평하게 누려야 하는 우리 모두의 땅인 것을 부인할 터인가. 일꾼인 당신들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섬기지 않는다면 그동안 쌓아 온 성장엔진이 꺼지게 될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국민이 왜 지금 20대 국회를 ‘말짱 도루묵’이라고 하는지 새겨들어야 한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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