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 최정호
  • 승인 2016.07.11 17: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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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내가 희망해도 되는 좋은 일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대답한 철학자가 있었다. 임마누엘이다. 운전을 하고 있을 때 본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추월해가는 자를 “저 미친놈 아냐? ”천천히 가는 차를 보고는 “저 한심한 놈 아냐?”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자신의 가치라는 의미의 그물망에 매달려 사는 가련한 존재이다. 나는 내 마음을 참조하고, 검색하고, 반성하여 판단한다. 따라서 내 마음은 타인을 읽는 거울이다.

 내 마음의 기원은 내 몸인가? 아니면 영혼 혹은 정신은 비물질적으로 몸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 내 몸과 마음은 어떻게 연결되어 작동하는가? 내 몸의 물질적 기반은 무엇인가? 나에 대한 공부는 사람 일반에 대한 공부이자, 사회와 국가 나아가 세계에 대한 탐구이다. 내가 의사이면서 동시에 환자인 것처럼 나는 탐구 대상이면서 동시에 탐구자이다. 먼저 얼굴에 대한 탐구로 시작을 한다.

 생명의 출현은 알 수 없다. 다만 적어도 34억 년 전에 살았던 생명체는 화석으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중국과 몬태나의 14억년 전 화석에서 진핵생물의 세포가 발견 되었다. 눈, 코 입이 있는 얼굴을 가진 생명체가 출현한 시기는 특정할 수 없지만, 간접 증거는 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석 중의 하나인 버제스셰일 화석이다. 초기의 생명체들을 연구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그들이 화석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단한 껍질을 발명하기 전 생명체는 화석화되기 전에 부패하여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버제스셰일 화석은 부드러운 진흙 속에 갇힌 최소한 5억 4천 년 전 캄브리아기의 광물화 되지 않은 부드러운 껍질을 가진 다양한 생명체의 화석을 품고 있었다. 이 화석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얼굴을 한 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5개의 눈이 머리에 뿔처럼 달려있고, 가시 달린 코가 코끼리의 코처럼 길게 늘어져 있는 오파비니아란 절지동물도 있고, 보호용 가시와 갑옷 판으로 몸을 둘러싼 위왁시아라는 연체동물은 입이 몸통의 아래에 있다. 이때 발명된 여러 모양의 얼굴 중 시간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패턴들은 멸종되었고, 살아남은 얼굴들만 현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얼굴은 적어도 5억년의 검증을 통과한 셈이다. 그러나 생명체에 얼굴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식물에는 얼굴이 없다. 해바라기 꽃도 얼굴은 아니다. 동물 중에서도 불가사리, 조개, 말미잘, 해파리 등에는 얼굴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 동물은 공통된 특징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사자, 코끼리, 새는 뚜렷한 얼굴의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고, 심지어 물고기나 곤충들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가 T자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그리고 눈, 코, 입의 순서가 어긋나는 법이 없다. 그 이유는 얼굴이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얼굴은 입과 감각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캄브리아대에 형성되었다고 예측되는 얼굴은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의 산물이다. 어떤 동물이 한쪽 방향으로 이동하면 먼저 나아가는 부분이 머리가 되고 머리에 붙어 있는 입은 나아가는 추진력 때문에 먹이를 쉽게 삼킬 수 있게 된다. 또한, 먼저 나아가는 머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대상과 접촉을 하게 된다. 감각 기관이 머리에 집중된 이유이다. 이래서 동물의 미래는 머리에 의존하게 되었다. 우리는 곤충에서 영장류까지 얼굴을 보고 그 정체를 인식하며 분류를 한다. 그래서 포식자들은 본능적으로 얼굴을 공격하는 것이 효율적 사냥 방법임을 알고 있다. 머리를 가진 대부분 동물은 수집한 감각을 처리하고 운동을 명령하는 뇌를 머리 안에 가두고 보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머리뼈는 단단하고 두꺼워졌다. 이는 또한 얼굴의 기초토대가 되었다. 얼굴은 그 동물의 생존환경을 반영한다. 물고기는 눈이 머리의 양쪽에 있어 거의 360도에 가까운 시야를 확보한다. 포유동물로 진화하면서 양안 시력의 공조를 위하여 눈은 안쪽으로 이동하고 대신 시야 확보를 위하여 회전성이 좋은 목과 운동성이 가능한 눈동자를 가지게 되었다. 후각보다 시각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된 인간은 침팬지에 비하여 좁아진 비강을 가지게 되었고, 비슷하지만, 원숭이와 다른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얼굴의 기원이 역사적 생성물이라는 것은 모양과 기능들이 점진적 변화를 계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생학적, 동물비교해부학적 연구가 얼굴을 이해하는데 얼마만큼 중요한지 알 수가 있다.

 최정호<최정호 성형외과 원장> 

 약력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이사 ▲대한의협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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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ㄱㅇ 2016-08-12 17:33:36
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