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의 길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의 길
  • 주낙영
  • 승인 2016.07.10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0년대 초 장기국외훈련을 갔을 때 일이다. 당시 미국사회에 일본산 제품의 인기가 절정이어서 TV는 소니, 자동차는 도요다나 혼다를 사는 게 유행이었다. 유학생이긴 해도 공무원 신분이었던 필자에게는 그래도 국산을 사야한다는 소박한 의무감 같은 게 있었다. 그것이 국비 유학의 혜택을 준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전 전문매장인 ‘베스트 바이’ 같은 곳에 가면 한국산 TV나 냉장고, 세탁기는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채 진열대 뒤편에 숨어 있었다. 품질도 쓸 만하고 가격도 30% 이상 싼대도 찾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 외국에 나가보면 ‘메이드 인 코리아’가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호텔의 TV, 냉장고가 삼성이나 LG가 아니면 이상할 정도다. 거리에도 현대, 기아차가 즐비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 스마트폰이 한국 거라며 엄지를 내민다. 언제 우리가 이런 세상을 상상이나 해 보았던가? 참으로 감개무량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제품들이 제값을 받고 팔리는지는 의문이다. 가령 미주에 수출되는 국산 자동차는 그 나라 품질기준에 맞추느라 우수한 부품을 쓰지만 가격은 국내가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여서 혹 덤핑 수출의 손실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기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이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기업의 주식가치나 상품가격을 외국의 그것에 비해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현상,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때문이다. KOTRA 자료에 따르면 실제 코리아 브랜드는 선진국에 비해 30% 이상 디스카운트 되고 있다고 한다. 100불짜리 한국제품이 다른 나라 제품이라면 미국이나 독일산은 평균 150불, 일본산은 140불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은 71.5불밖에 못 받아 아직 저가품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흔히들 북한의 위협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불투명한 기업구조, 노동시장의 경직성, 정치의 불안정 등을 들고 있지만, 총체적으로 우리의 국가브랜드가 실체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려면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여 한국기업이나 제품이 프리미엄급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해 호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한국인들은 성실하고 다정하며 멋진 국민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때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선호도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 영화, K-pop이 이끄는 한류열풍이 한국상품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증대로 이어지는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데 이는 우리가 선진 문명국으로서 책무를 다할 때 가능하다. 아직은 OECD 선진국 기준에 많이 모자란 공적개발원조(ODA)의 규모를 대폭 늘리고 해외봉사단과 평화유지군도 더 많이 보내 인류사회에 기여하여야 한다.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가령 경북도는 새마을리더봉사단을 아시아, 아프리카에 보내 봉사와 배움의 경험을 쌓게 하고 있는데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도 좋은 사례라 생각된다.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 지방행정연수원에서는 개발도상국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행정 한류를 전파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4,500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우리 연수원을 찾아 한국의 선진행정을 배워갔고 이들 대부분은 지금 그 나라 정부의 지도자급 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 호감을 갖는 친한파 지도자들이 많아질수록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높아질 것이고 교역도 활성화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꼭 명심해야 할 점은 남을 도울 때 그들을 낮추어 보거나 눈앞의 이익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도움을 줄 때 경제적, 외교적 실리는 뒤따라오게 마련이다. 그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의 지름길이다.

 주낙영<지방행정연수원장> 

 약력
 ▲경북도청 경제통상실장 ▲주뉴욕 총영사관 부총영사 ▲경북 행정부지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