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읽기의 즐거움 - 독서토론대회
비판적 읽기의 즐거움 - 독서토론대회
  • 임희종
  • 승인 2016.07.07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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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의 즐거움은 역시 이제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희열감에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닥치는 대로 읽기보다는 양서를 선별하여 읽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책 한 권이 성장기의 학생에게는 큰 스승이 될 수 있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생활에서 독서는 양서 선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독서의 방법으로서 ‘박이정(博而精)’은 독서의 황금률임에 틀림없다. 다양하게 혹은 넓게 읽고, 부분에 따라서는 깊고 세밀하게 읽어야 한다. 책에 따라서 “어떤 책은 맛만 볼 것이고, 어떤 책은 통째로 삼켜버릴 것이며, 또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할 것이다.”라 한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도 기억해 둘 만하다. 그렇다. 고교생의 독서는 한권의 책을 통독하여 잘게 씹어 음미하기도 하고 문맥에 담긴 의미 내용을 상상하며 읽어야 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신의 스키마를 통해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작업은 ‘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우리 학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제공하는 신문 12종 23부와 전북도민일보에서 제공하는 60부 신문이 각 반에 전달되어 읽는다. 도서관 신문대에 비치된 신문들은 점심시간 청소시간, 그리고 1학년에 1시간씩 배정된 독서 시간에는 신문뿐 아니라 선정도서를 주로 읽게 된다. 학생들의 독서력은 이런 실천을 통해 점점 향상된다. 그 중 후마니타스 독서토론 워크숍은 모든 학생들이 고르게 독서의 기쁨을 알게 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정착되고 있다. 독서 관련 자율동아리의 활약은 독서토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먼저 책을 읽고 각자 2~3개 정도 핵심 질문거리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팀별로 토론을 한 후, 조별로 발표하며 다양한 접근을 통해 책의 내용을 공유한다. 이를 바탕으로 가장 쟁점이 될 만한 논제를 선정하여 토론주제로 삼는다. 토론 주제는 정답이 바로 도출되는 것보다는 다양한 관점이 가능한 것으로 선정한다.

비판적 읽기의 꽃은 역시 토론이다. 그리고 토론의 시발점은 경청이다. 상대의 주장과 의견을 잘 듣지 않으면 토론은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집중력이 필요하고 요약능력도 필수적이다. 상대 주장의 허점을 잡아 자신의 논거를 들어가며 논파하는 능력은 합리적 사고의 기초이다. 이런 토론은 요즘 청소년들이 자기주장은 강하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으려는 추세에 좋은 배움이 될 수 있다.

사단법인 ‘전국독서새물결’이 주관하고 교육부와 문화부가 후원하는 2016 대한민국 독서토론대회의 논제는 청소년의 식생활을 환기하는 ‘쌀은 미래 국가 경쟁력이다.’로 정하였다. 『밥상혁명』(강양구, 강이현 저. 살림터)과 『식량은 왜 사라지는가?』(빌프리트 봄머트 저, 전은경 역. 알마)라는 2권의 책을 읽고 찬반 주장에 알맞은 입론과 논거를 찾도록 한 것이다. 이 두 책은 쌀과 식량이 인류의 미래에 토양의 부족과 인구증가로 부족할 것이고, 이로 인해 대체 먹거리문화로 전환될 수밖에 없음을 밝히고 있다. 교차질의식 토론방식(CEADA) 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제1 입론자, 제2 입론자, 최종발언자 3명은 한번씩 각각 찬성측과 반대측의 입장에서 주장과 교차조사를 한다. 이번 전북대회에서 우리학교가 우승을 하였고, 7월 15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독서토론대회 전북대표로 출전하게 되었다.

독서는 자기성찰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삶에 대한 통찰력과 안목을 길러준다. 또한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게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나만의 독서에서 벗어나 독서토론으로 한 단계 더 나가야 한다.

독서토론은 쌍방향이며, 시간예술이다. 정해진 시간에 자기 주장에 알맞은 논거를 들어가며 입론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토론 능력은 상당부분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요즘은 수업에도 많이 활용하는 추세다.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재치 있는 사람을 만들고,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쓰고 토론하는 능력을 길러주자. 정치에 관심이 가장 많은 국민이지만, 잠시만 지나면 말싸움으로 끝나는 일은 이제 없어야하지 않겠는가. 상대를 배려하고 경청하며 좋은 주장은 수용하기도 하고 더 나은 논리, 지속적으로 정반합을 만들어나가는 합리적인 민주시민을 길러나가는 일,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임희종 전주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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