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 대안고등학교 설립, 철저한 준비 필요하다
공립 대안고등학교 설립, 철저한 준비 필요하다
  • 차상철
  • 승인 2016.07.0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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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에도 공립 대안고등학교가 설립된다. 현재 완주군에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인 고산고등학교가 2018학년도부터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로 새롭게 태어날 계획이다. 필자는 30여 년 전 고산고등학교에 수학교사로 재직한 적이 있다. 대안학교로의 전환 소식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은 2010년에 전국 최초로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인 동화중학교를 설립한 바 있다. 공립 대안고등학교도 곧이어 설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차질을 빚은 채 별진전이 없다가 2015년부터 대안고등학교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고산고등학교가 학내 구성원, 동문, 지역사회의 의견 수렴을 통해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로 전환할 것을 자체적으로 결정하였고, 이에 맞춰 교육청도 필요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학교장을 내부형 공모제로 선발하게 되는 것도 대안학교 전환 준비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공립 대안학교의 역사는 채 1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대안교육은 사립학교 차원에서 이루어졌는데 대부분 전국단위 모집을 하며,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감히 다닐 생각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학교는 대안학교의 취지가 훼손된 채 귀족형 대학입시 준비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시·도교육청은 대안교육의 이념을 공교육 차원에서 실현하고, 기존 학교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역 학생들의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 대안교육을 실시하는 공립 특성화고등학교는 경기, 강원, 경남, 전남에 4개 학교만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전북에서 처음 설립되는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인 고산고등학교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고산고등학교가 대안학교로의 전환 취지에 맞게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타시·도의 4개 학교들 중 일부는 설립 당시의 기대와는 달리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곳은 대안학교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반 학교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운영을 하고 있으며, 또 어떤 곳은 설립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서둘러 개교하다 보니 시작부터 여러 시행착오로 인해 지역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아직도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어떤 학교는 타시·도 학교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하여 충분한 설립준비 과정을 거침으로써 운영상의 어려움을 덜 겪게 되고 대안학교로서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타시·도 학교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는 대안학교 설립 준비와 관련하여 전북교육청에 중요한 시사를 주고 있다.

 전북교육정책연구소에서는 작년에 대안학교 설립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대안학교와 일반학교는 설립과정에서부터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이 다르다. 따라서 개교가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지금부터 개교 준비팀을 꾸려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준비팀은 대안교육 전문가, 현장 활동가 중심으로 구성되어 학교의 철학과 설립·운영 방향을 구체화하고 교육과정을 편성하며, 대안학교에 근무할 수 있는 교원을 확보하고 양성하는 역할 등 개교와 관련된 모든 일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교육청은 준비팀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고산고등학교가 대안학교로 성공리에 운영될 때 우리 지역에 제2, 제3의 대안고등학교도 생겨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안학교가 문제 있는 학생만 가는 학교라는 주변의 편견도 깨뜨려야 하고, 공립학교로서 추구해야 할 우선적인 공공성의 가치도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섬세한 추진방안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걸 만드는 것도 준비팀의 과제이다.

 차상철<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 

 약력

 ▲전교조 전북지부장 ▲김승환교육감취임준비위 사무총장 ▲전북교육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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