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뚱의 참새, 김일성의 감자
마오쩌뚱의 참새, 김일성의 감자
  • 장상록
  • 승인 2016.07.06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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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오쩌뚱(毛澤東)과 김일성(金日成)에 대한 역사적·개인적 평가와 별개로 둘은 공통점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강력한 카리스마다. 둘은 생전에 자신들의 통치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거의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았다.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는 도그마였고 그것에 역행하는 행위는 곧바로 그 사회에서의 일탈을 의미했다. 문제는 이런 짝퉁 신이 가지는 확신에 찬 행동이 초래한 결과에 있다. 인민을 너무도 사랑한다고 믿은 마오쩌뚱은 들판의 곡식을 먹는 참새를 보고 이렇게 얘기한다. ‘참새는 해로운 새’, 그의 이 한 마디에 2억 마리가 넘는 참새가 희생됐다.

 참새가 곡식도 먹는 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마오쩌뚱이 밝힌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도 문제는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닌 ‘무오류의 전형(?)’이었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곡식을 먹어치운다는 해로운(?) 참새가 사라진 중국에는 풍요가 왔을까. 참새는 곡식만 먹고 사는 새가 아니다. 참새는 이 땅의 다른 생물이 그렇듯 존재할 가치가 있는 생태계의 소중한 일원이다.

 역사는 참새가 사라진 중국에서 4천 만 명 이상이 아사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럼 시인(詩人)이 바라보는 사물은 어떨까.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잡초(雜草)를 이렇게 정의한다. ‘아직 그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식물’ 마오쩌뚱과 에머슨이 바라 본 사물의 모습에 차이가 있다면 적어도 그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차이에 있지는 않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마오쩌뚱의 ‘인민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불새출의 영웅으로 불리며 그의 아들과 손자대로 이어지는 왕조를 건설한 김일성. 그가 보여준 통찰(?)도 마오쩌뚱 못지않다. 여기서 할 얘기는 김일성이 보여준 마오쩌뚱식 도그마와 관련된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북한이 한국과 비교해 유리한 것이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감자 재배여건이다. 만성적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게 감자는 구세주가 될 수 있는 대표 작목이다. 지금은 미국 정치 명문가를 대표하는 케네디 가문이 아일랜드를 떠나야 했던 것은 감자역병으로 인한 대규모 아사(餓死)때문이었다. 수도작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북한에서 감자는 충분히 주식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순탄했던 시기 남쪽에서 그에 대한 도움을 주려던 시도가 있었다.

 그 중엔 고령지농업연구소 전 소장이셨던 조현묵 박사와 육종 전문가인 조지홍 박사도 있다. 현재 북한 감자의 정부보급종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두벌감자 2호’는 조현묵 박사가 육종해 제공한 ‘추백’이다. 추백은 휴면기간이 짧아 봄·가을 년2회 재배가 가능하고 생산수량이 많은 우수한 품종이다. 북한 동포들에게 양질의 감자를 제공하는데 남쪽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기쁜 일이다. 그런데 감자와 관련된 김일성의 교시가 등장한다.

  감자는 심을 때 통감자로 심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것은 참새가 곡식을 먹는 것만큼이나 조심해서 다뤄야할 문제다. 왜냐하면 모든 씨감자가 30g이하일 때 유효한 명제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무게가 120g인 감자를 심어야 하는 경우라면 4등분해서 심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북한에 두 번이나 다녀온 고령지농업연구소 조지홍 박사의 증언이다. “북한에서는 감자를 심을 때 통감자로만 심습니다. 왜 그렇게 하냐고 물으니 김일성 주석이 ‘감자는 통감자로 심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지금도 크기에 상관없이 무조건 통감자로만 심는다고 합니다.” 이 증언은 북한이 왜 저지경이 됐는지 너무도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

 대한민국 봄 감자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품종은 수미다. 수미는 추백과 달리 휴면기간이 길어 하지 무렵 캔 감자를 가을에 다시 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만일 김일성이 생전에 ‘감자는 수미가 최고지’라고 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우려되는 것은 김정은이 할아버지 흉내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마오쩌뚱의 참새와 김일성의 감자. 블랙코미디는 두 사람이 보여준 이 시리즈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장상록<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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