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의 홍수…'일주일 버티기' 지상과제
개봉영화의 홍수…'일주일 버티기' 지상과제
  • 연합뉴스
  • 승인 2016.07.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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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장 조기퇴출 경향 갈수록 강해져

'일주일을 버텨라.'

영화 성수기를 맞아 대작 영화들이 쏟아짐에 따라 개봉 영화들이 박스오피스에서 1∼2주를 버티기가 어렵다.

개봉 첫주 흥행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새 개봉영화에 스크린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6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비밀은 없다'는 개봉 일주일째인 29일 박스오피스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새 영화 '사냥', '굿바이 싱글', '레전드 오브 타잔' 등이 이날 줄줄이 개봉해 관객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비밀은 없다'는 손예진, 김주혁이 주연한 새로운 형태의 스릴러 영화로 주목을 받아 개봉일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디펜디스 데이: 리써전스' 다음으로 흥행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관객들이 물밀듯 싹 빠져나갔다.

전 주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달 16일 첫선을 보인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는 일주일이 지난 23일 역시 톱텐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전 주에는 '워크래프트'가 비슷한 운명을 겪어야 했다.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의 유저를 둔 동명의 게임을 제작사 레전더리가 영화화하겠다고 공표한 지 10년 만에 나온 영화라 게임과 영화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개봉한 지 2주도 안 된 지난달 29일 스크린 수가 44개로 다양성 영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관객이 줄어드는 조짐이 보이자 스크린 수가 급감한 것.

새 개봉영화라고 무풍지대는 아니다. '사냥'은 개봉 첫날 1위로 박스오피스에 입성했으나 영화적 만듦새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며 관객이 줄어 이달 4일 현재 3위로 내려앉았다. 개봉일에 695개였던 스크린 수가 4일 현재 571개로, 상영 횟수는 3천571회에서 2천964회로 모두 줄었다.

이와 달리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굿바이 싱글'은 같은 기간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가 659개, 2천991회에서 726개, 3천502회로 늘었다.

경쟁 과열에 따른 개봉 영화의 빠른 퇴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런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영화업계 관계자는 입을 모았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가 2014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의 투자수익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총제작비가 80억원 이상인 블록버스터 영화의 상영일수가 평균 54일로 전년의 87일보다 38%가량 급감했다.

상영일수는 개봉일로부터 해당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이 하나도 없을 때까지를 기준으로 계산했으므로 실질적인 상영일수는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30∼40개가량의 스크린 상영을 감수하는 것은 IPTV에서 '극장 동시 상영작'이란 타이틀을 얻기위해 스크린을 유지하는 것으로, 사실상 종영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상영 스크린 수가 20개 등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영화는 IPTV에서 '극장 동시 상영작'으로 일반 영화 VOD 가격보다 비싼 1만원에 판매된다.

개봉 영화의 흥행주기가 짧아진 것은 우선 멀티플렉스가 도입된 이후 블록버스터 영화의 물량공세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초반에 많은 스크린을 확보해 재빨리 수익을 확보하고 빠지는 전략을 취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계속돼 왔다"며 "'워낭소리'와 같이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관객이 많아지는 영화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 따른 구전효과가 흥행주기 단축에 한몫 단단히 하기도 했다.

영화의 좋고 나쁨의 소문이 SNS를 타고 퍼져 금방 '볼만한 영화, 아닌 영화'라는 판가름이 난다는 것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영화가 수·목요일에 개봉하면 적어도 그주 주말까지는 관객이 들었는데, 최근에는 소문이 일찍 퍼져 주말에도 관객이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황일 때 사람들이 유행에 민감해져 대세인 영화만을 보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우리도 영화 마케팅을 할 때 '대세감'을 심어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개봉 주의 주말까지 기다려주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개봉 주 주중에 흥행성적이 좋지 않으면 극장들이 주말에 스크린 배정을 크게 조정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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