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데뷔 10년차에 '탈박'…버티는게 강한거죠"
원더걸스 "데뷔 10년차에 '탈박'…버티는게 강한거죠"
  • 연합뉴스
  • 승인 2016.07.0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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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곡 채운 싱글음반 '와이 소 론리' 발표…"밴드 도전 계속"

걸그룹 원더걸스(선미, 예은, 유빈, 혜림)가 '탈박'(탈 박진영)을 했다.

그간 프로듀서 박진영이 작곡해준 노래를 부르다가 처음으로 자작곡을 내세운 것이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인 원더걸스는 5일 새 싱글음반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를 내며 멤버들의 작사, 작곡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서 인터뷰한 멤버들은 '탈박'이란 말에 맞장구를 치며 '까르르' 웃었다. 알록달록하게 바꾼 머리 색깔이 무척 경쾌해 보였다.

"박진영 프로듀서가 작년 8월 '아이 필 유' 앨범이 나왔을 때 단체톡방에 장문의 메시지를 남기셨어요. 타이틀곡 내가 안 쓸테니 너희가 만들어서 가져오라고요. 지난 앨범 작업 때 저희에게 믿음이 생기셨나봐요."(선미)

'탈박'을 하며 처음 선보인 장르는 레게 팝이다. 선미와 혜림, 작곡가 홍지상이 공동 작곡하고 유빈과 선미, 혜림이 함께 작사했다. 중독성 있는 기타 선율과 다채로운 리듬 변화가 재미있다.

예은은 "여러 팀을 꾸려 송라이팅 캠프를 해 나온 곡 중 가장 반응이 좋은 노래였다"며 "대중적이고 성공할 수 있는 곡으로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혜림도 "멜로디는 사랑스럽고 예쁜데 가사에 반전 매력이 있다"며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답답하고 외로운 마음을 표현한 곡으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우리가 곡을 만드니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고 멤버들의 색깔이 각기 달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요즘 아이돌 그룹 대부분이 자작곡을 선보이는 경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예은은 "이제 자작곡을 들려주는 게 특별히 내세울 점은 아니다"며 "아이돌 음악이 철저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상업 음악으로 인식됐는데 이젠 그 아이돌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얘기를 해보고 싶은 단계에 온 것 같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3년 만에 새 앨범으로 컴백하면서 4인조로 재정비하고 밴드로 변신해 화제가 된 이들은 이번에도 밴드를 고수했다. 이번 음악들을 작업하면서도 리얼 밴드 사운드를 위해 레드 제플린, 애니멀스, 더1975 등의 밴드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선미는 "작년에는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동시에 선보여 밴드로서 애매했다면, 이번에는 무대에서 온전히 밴드로 공연할 것이다. 싱글 음반의 3곡도 직접 악기 녹음을 했다. 대신 활동 2주째에는 악기를 놓고 아예 춤만 추는 무대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퍼포먼스를 무기로 출발한 걸그룹이니 밴드로 계속 도전하는 데 대한 고민도 컸을 터.

드럼 스틱을 잡은 지 3년인 유빈은 "우린 이미 악기에 대한 애정이 커 개별 연습은 물론 하루 3시간씩 꾸준히 합주했다"며 "굳이 밴드를 멈출 이유가 있나. 하지만 우리가 춤추는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으니 음악은 한 곡이되 두 버전으로 무대 연출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선미도 "쉬는 동안 자발적으로 '이 곡 어때?'라며 다양한 곡을 카피해 연습했다"며 "하루하루 합이 맞춰지는 게 느껴졌다. 아직은 서툴지만 거기에서 오는 희열이 있었다. 기회가 되면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고 싶다"고 웃었다.

밴드에 도전하고 나선 것을 논외로 치더라도 원더걸스는 편한 길을 가지 않는 팀으로 인식돼 있다. 인기 절정이던 2009년 갑자기 미국에 진출해 버스를 타고서 그룹 조나스 브라더스의 북미 투어 오프닝 공연을 하며 신인으로 돌아갔다. '노바디'(Nobody)로 빌보드 메인차트인 싱글차트 76위에 올랐지만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진 못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잖아요. 하하하."(선미)

예은은 "우린 현실적인 사람이 없다"며 "미국 진출이 어려운 길이고 밴드도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미국 진출로 상업적인 성공을 못 거뒀지만 인생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 밴드도 해서 안되더라도 각자 악기 하나라도 더 배우면 좋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친분 있는 전인권 선생님께서 힘이 되는 문자를 보내 응원해주신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이들은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장수 걸그룹 대열에 들지만 원더걸스도 그사이 멤버 탈퇴와 교체가 잦았다. 현아의 탈퇴와 유빈의 합류, 선미의 탈퇴와 혜림의 합류, 선예의 결혼 이후 팀 활동 중단, 선예·소희의 탈퇴와 선미의 재합류 등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다.

예은은 "우리가 밴드를 할 거라 상상 못했듯이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며 "선예가 결혼하고 소희가 연기자의 길을 찾아갔다. 우린 각자의 삶을 존중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는 멤버들이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회사와 팬들이 원더걸스란 이름을 지지해주고 믿어줬기에 계속 앨범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을 평가해달라는 말에도 멤버들은 "잘해왔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은은 "박진영 프로듀서의 '살아있네'란 노래에 '강한 자가 오래가는 게 아냐/ 오래가는 자가 강한 자란 말야'란 공감되는 가사가 있다. 아직까지 버티고 있으니 잘해왔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앨범을 내며 고정된 리더 자리를 없애고 '이달의 반장' 제도를 도입했다고도 했다.

"매월 반장을 뽑아 리더 역할을 해요. 이달의 반장은 선미이고 다음 달은 유빈입니다. 그간 예은 언니가 리더로서 짐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힘들 것 같았어요. 회사와 의논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우리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거든요. 예은 언니도 박씨이니 우리가 이번에 '투 탈박'을 했네요. 하하."(멤버들)

10년 후의 모습에 대해선 "박진영 프로듀서가 밤 무대 가수가 되고 싶어 밤 무대(인터뷰가 진행된 라이브 클럽)를 차렸는데 우리도 그렇게 노래할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꽤 현실적이겠다"며 다시 웃었다.

또 자신들의 30대를 기대하기도 했다.

"우리가 얼마 전에 숙소를 정리했어요. 각자 독립하면서 인테리어 등에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 자신의 공간과 생활에 책임감을 느끼게 되니 30대가 더 기대되는 것 같아요."(예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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