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하는 삼도봉을 기대하며
상생하는 삼도봉을 기대하며
  • 박종완
  • 승인 2016.07.04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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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산행의 종주코스는 태극종주와 화대종주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술자리에 친구 넷이 지천명의 나이인데 지리산 종주를 한번 해야지 않겠느냐고 의기투합을 하여 종주 얘기만 나오면 의기소침했는데 이번엔 꼭 도전해 보리라는 다짐이 충만했었다.

 화대종주의 반대방향인 대화종주를 하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추억이 될까 싶어서 노선을 결정했는데 다소 무리가 있었다.

 다들 미루다 결국 기획력과 준비성이 철저한 친구가 이것저것 준비를 하였다. 연휴라 그런지 산장예약은 할 수 없다 하여 겨우 노고단 산장만 예약하고 무작정 도전을 감행했다.

 옛말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비박을 하면 되겠지라며 큰소리를 쳐본다(산행중에 안 사실이지만 작년부터 비박이 금지됐다고 한다)비박 한번 해보지 않은 초보들이 산행한다는 것은 무지함이 부른 용감한 도전이었다.

 대원사 일주문에 인증샷을 남기고 유평마을 등산로를 진입할 때쯤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치밭목산장까지 비는 이어졌다.

 어느 정도 오르던 중에 가기 전부터 무릎에 이상이 있어 침을 맞고 왔던 친구가 이상신호를 보낸다.

 비는 오고 산장 예약도 되지 않은 상황에 아프다는 친구까지 있어 여러 가지로 악조건이었다.

 다행히 치밭목산장은 예약제가 아니라 오는 순서대로 취침할 수 있다고 하여 비 때문에 더 이상 산행은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왕초보들에겐 이런 기회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당일 저녁 당번은 익산에 사는 친구였는데 정성 가득한 음식을 참 많이도 준비했다.

 주말농장에서 뜯어왔다는 상추며 깻잎, 풋고추, 냉동실에 꽁꽁 얼린 삼겹살, 묵은 김치, 부재료 등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아 이맛저맛을 상상해본다. 코펠 위에 적당히 익은 삼겹살을 깻잎에 올려 쌈장과 묵음김치와 함께한 소주한잔은 산해진미의 진수성찬을 먹는 즐거움과 비교할 수 있을까 싶다.

 친구들과 같이한 산행은 지천명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지 않나 싶어지고 많고 적음을 떠나 부대끼며 같이 할 수 있는 건강함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함을 느끼며 앞으로도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건배를 청해본다.

 다음 날이 문제였다. 치밭목 산장에서 중봉과 천왕봉을 등정하고 장터목 산장을 걸쳐 노고단산장까지는 32km이상을 하루에 걸어야 했다.

 다른 등산객들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무리다고 다른 산장을 예약하라고 한다. 답답하기는 우리도 매한가지다. 새벽 3시쯤 출발해 헤드렌턴 불빛을 벗 삼아 지리산 참모습을 보기 위해 저녁 10시까지 도전을 감행했다. 어렵게 천왕봉 정상에 올라 바람 따라 흘러가는 운해를 바라보며 십 년 후에도 같이 올라오자고 약속들을 하는데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다.

 많은 등산객들에 끼어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산청군 사천면 사람들과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팔았다 해서 붙여진 장터목산장을 뒤로한 채 부지런히 노고단을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산장예약과 비박을 할 수만 있다면 2박3일 일정으로 종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인데 치밭목산장에서 노고단 산장까지 하루에 소화하기에는 너무 긴 코스로 많은 어려움과 웃지 못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었고 종주를 마칠 수 있어 행복했다.

 시간에 쫓겨 많은 경치를 감상할 순 없었지만, 화개재의 힘든 계단을 올라 도착한 삼도봉의 표지석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삼도봉은 아무 말이 없이 그 자리 그대로인데 삼도에서 저마다 케이블카며 한국형 산악열차 등등 지리산 권역을 중심으로 사업의 당위성과 우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리산 그대로의 모습이 더 좋을 듯싶은데 굳이 개발한다면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건설해야 한다. 지리산 정기를 받아 품격있게 삼도가 상생하며 지역 이기주의를 탈피해 욕심을 버리고 화합과 상생하는 모습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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