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과 인공지능
헬조선과 인공지능
  • 김종일
  • 승인 2016.07.03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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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사람 사는 건 하루하루가 팍팍하다. 자고로 바둥바둥 거려야 겨우 입에 풀칠하고 처자식 건사하고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지상낙원이 바로 저기 있는데 마치 누군가의 탓으로 지옥을 살고 있다는 투의 ‘헬조선’ 타령을 흔히 듣는다. 그런데 이것이 못마땅한 나의 현재와 불안한 미래를 누군가의 탓으로 돌려 위안을 삼고자 하는 소박한 심보가 아니라, 특정한 정치적 또는 이념적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고의로 회자시키고 있다는 것은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넓게 보면 비단 헬조선뿐만이 아니라 헬글로벌 세상이라는 표현이 더 합당하겠다. 지구촌 곳곳이 날이 갈수록 시끄럽다. 우선 주변만 보더라도 뜬금포를 남발하는 북쪽 망나니의 우습지도 않은 코미디를 비롯한 중국의 태평양 진출 전략에 따른 각국과의 영토 분쟁,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일본의 머니게임과 발버둥이 한창이다. 시야를 넓히면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은 유럽의 경제위기, 유가 폭락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 IS의 테러, 최근 브렉시트로 증폭된 변동성 등으로 지구촌의 경제와 정치 상황이 매우 어지럽다. 미국, 일본, EU 등등 양적 완화로 풀어놓은 돈이 워낙 천문학적이어서 세계 경제가 어찌 될지 상당히 아슬아슬하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자세히 살펴보면 세계 어느 나라를 들여다보더라도 멀쩡한 나라가 없다. 우리 누구나 고민을 한 보따리씩 짊어지고 살듯이, 모든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지옥이 아닌 나라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헬조선이 잘못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세계적으로 점차 팽배해지는 자본주의와 물질주의 등의 영향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촌의 갈등과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자본주의와 물질주의가 불완전한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이에 따른 불행한 파국과 공멸이 언젠가는 분명히 도래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하고 못마땅했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래전 애덤 스미스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라 했다. 그렇다면 삶이라는 것은 이기심의 충돌의 연속일 것이며, 본질적으로 투쟁과 갈등 그리고 고민은 세상과 삶의 필수불가결한 구성인자다. 더군다나 우리 인간들은 완전하지 않다. 그 누구도 오류와 실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완전한 세상이라는 것은 갈 수 없는 나라가 맞다.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는 것을 검토할 수 있겠다. 얼마 전 구글이 만든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이세돌 9단에게 4:1 승리를 거두었다. 바둑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게임이며 인간 지능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세돌의 패배는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최근 더 놀라운 소식이 있다. 구글이 만든 전투기 조종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전투기 교관들과의 교전 시뮬레이션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고 한다. 심지어 인공지능이 탑승한 전투기의 성능과 전투 능력을 교관의 전투기보다 현저하게 낮게 세팅을 했음에도 인간이 인공지능에 참패를 당했다고 한다. 요즘 인공지능에 의한 무인 자동차 연구가 한참 진행 중이며 거의 완성 단계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보나 매우 가까운 시기에 자동차 운전사와 비행기 조종사라는 직업이 아주 사라질지도 모른다. 많은 영역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또 조만간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았던 인공지능과의 전쟁이 실제로 벌어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곳곳에 그리고 깊숙이 자리 잡을 것이다. 필자는 언젠가 우리 사람이든 집단이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기심과 불완전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공지능에게 우리 삶의 대부분을 맡기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공지능에 의한 새로운 세계의 경제와 정치 시스템의 구축 나아가 인공지능에 의한 통치가 가까운 미래 논의될 것이며 실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분명히 터무니없는 넋두리는 아닐 것이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분명히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며, 합리적으로 고려하는 방안 중 하나가 인공지능의 활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에 의한 인간의 통치에 정서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필자는 찬성에 한 표다.

 각설하고, 헬조선을 부르짖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들이 바로 헬조선의 원흉이라는 점을 쉽게 깨닫게 된다. 헬조선을 만들지 못해서 발악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여하튼 인공지능이 헬조선 아니 헬글로벌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김종일<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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