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가축 매몰지 관리 철저히 해야
장마철 가축 매몰지 관리 철저히 해야
  • 김현수
  • 승인 2016.06.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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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다. 비록 올해에는 한반도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서 예년과 같이 장마전선을 우리나라 전체로 밀어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남부지방에만 비가 내리고 있지만, 전북지역에는 여전히 상당량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1년 동안 내리는 강수량의 70% 이상이 장마가 시작되는 6월말이나 7월 초에서 8월까지 집중되고, 이 기간에 높은 온도와 습도가 지속하는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으로 인해, 장마철에는 수인성 전염병을 포함한 여러 감염성 질병의 발생빈도가 높고 사면붕괴와 같은 자연재해 발생의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행정 당국에서는 발생 가능성이 있는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기간이 되기도 한다.

 한여름에, 그것도 장마철에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장마철에는 가축 매몰지의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하고, 이왕 매몰지 관리를 생각하는 김에 전북지역에 존재하는 가축 매몰지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및 복원 계획의 수립을 고려했으면 한다. 사실, 여름에는 세균성 질병이 창궐하고, 조류 인플루엔자 (Avian Influenza, AI)나 구제역 (Foot-and-Mouth Disease)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은 겨울에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 맞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기는 하지만 세균은 여전히 생물권 일부분으로서 추운 겨울에 그 활동이 약화하지만, 생물과 무생물의 특징을 다 가지는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그 활동성이나 지속성이 온도가 낮은 겨울에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재 도내에는 169개소의 가축 매몰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 중,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인해 조성된 매몰지가 167개소이고, 구제역 매몰지는 2개소이다. 지난 2월에 전북지역의 언론사들은 전라북도가 구제역 살처분 매몰지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였고, 환경오염 여부의 점검 결과 양호하게 나타났다는 뉴스를 보도한 바 있다. 아마도, AI나 구제역이 겨울에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2월을 점검시기로 잡았을 것으로 생각되나 매몰지에 대한 점검은 전염병이 발생하는 겨울보다는 강우현상이 집중되는 장마철과 여름에 수행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현재 매몰지 관련 가장 큰 환경적 이슈는 악취와 침출수 유출로 인한 토양 및 지하수의 오염이다. 그렇다면, 현장에 대한 현황점검은 지표로부터의 지하수 함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겨울보다는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토양을 통한 물의 침투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과정에서 침출수의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은 여름에 수행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으냐는 생각이다. 또한, 현재 매몰지 주변 지하수 오염 여부에 대한 측정은 매우 제한적인 숫자의 관정(우물)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오염물질의 유출 방향에 따라서 실제 발생하는 오염현상을 놓칠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장마철에 좀 더 정밀한 관리를 할 수 있는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매몰지에 대한 관리계획을 수립한다면, 이제는 매몰지 주변의 토양복원 사업에 대한 고려도 시작해야 한다. 전염병에 감염된 가축이 발생하면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정 반경 내에 존재하는 모든 감수성 가축을 살처분하여 매립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살처분한 가축을 매몰지에 묻으면 동물의 사체는 천천히 부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유해한 성분이 배출되지 않는 안정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조성된 매몰지는 일정기간 관리를 받게 되고 관리기간이 종료되면 매몰되어 있는 잔류물을 파내어 처리를 하게 된다. 전북지역에서 매몰지가 처음 조성된 지 꽤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사용연한이 끝나가는 매몰지가 존재하는데, 이 지역에서 토양복원을 포함한 사후처리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정책적 고려 또한 시작해야만 한다.

 가축전염병 발생과 이로 인해 조성된 매몰지 관리는 서로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염병 발생과 그 방재는 겨울에 집중되어야 하지만, 매몰지 관리는 오염물질의 유출이 가장 심각할 수 있는 시기에 더욱 세심히 추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0년 발생한 구제역 파동 이후 방역당국은 예방접종을 포함한 여러 대비책을 마련했고 이로 인해 전국적인 전염병 파동이 반복될 거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전염병이라는 것은 불규칙한 간격을 두고 국지적으로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고 농도인 전북은 이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좀 더 안전한 환경의 보전을 위해 방역과 매몰지 관리 및 환경복원을 분리하여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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