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뒷모습을 아름답게
세월의 뒷모습을 아름답게
  • 안 도
  • 승인 2016.06.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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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수수께끼에 ‘처음에는 넷이었다가 둘이 되고 셋이 되는 게 뭘까요?’라는 게 있었다.

 사람이 태어나고 살면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리가 넷에서 둘, 그리고 셋이 된다고 한다. 세상을 지탱하는 다리와 지팡이, 기둥, 나무 등 모두가 우리의 삶의 모습들이다.

 나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고향에 가면 아버지의 뒷모습을 자주 봤다. 작고 야윈 어깨너머로 지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아버지의 야윈 모습을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 뒷모습은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지금, 일상에서 마주했던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본다.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 대해 무언가를 느낄 때가 있다.

 어느새 여름의 문턱에 성큼 들어서고 있다. 연두에서 진초록으로 자꾸만 색을 바꾸는 나무들은 서로 햇빛을 받으려고 야단법석 떨고 있다. 지천에는 농부의 땀방울처럼 번져 핀 개망초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언덕배기 포도밭에서는 또랑또랑 청포도가 파랗게 익어가고, 허리 굽힌 농부의 구릿빛 살갗도 과육처럼 익어간다. 아버지는 농사일 밖에 모르셨다.. 구십 여년 삶을 사시면서 젊은 시절엔 한 몸처럼 지게를 지고 다니셨다. 주무실 때 빼고는 활대처럼 휘어진 아버지 등에는 삶에 무게가 지워져 있었다. “아이고 삭신이야, 비가 올란게벼” 밤새 머리맡에 잔기침만 쏟아 놓았던 아버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하루를 시작하셨다. 들일 나가시는 아버지, 커다란 지게에 묻혀 다리만 보이셨던 아버지의 지게에는 시름만 한 짐 가득했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세월을 등에 지고도 새살이 차오르지 않는 그리움으로 먹먹히 다가선다.

 어느새 나의 머리에도 하얀 눈이 내렸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우리의 남은 삶은 무엇으로 채울까 생각해보니 그것은 자연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울타리 안에서 있는 것임을 아주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야 깨달았다. 인생의 노년은 금방이다.

 지금부터라도 남은 인생을 서로 사랑하며 살자. 우리들 아버지처럼 애잔한 삶을 살지 말고 후회 없는 삶을 살자.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하는 것은 너무 식상하다. 왜냐하면, 말 한마디만으로는 사랑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눈 마주치기는 너무 모호한 감이 있다. 비언어적 소통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키스와 섹스는 사랑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너무 타락했다.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보듬어 주며 사랑하자.

 인생의 전반기에 서 있는 사람은 강물보다 빠른 속도로 강둑을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중년에 이르면 속도가 조금 느려지기는 하지만 아직 강물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몸이 지쳐버리면 강물의 속도보다 뒤처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강물 속도 보다 뒤처진다 해서 너무 서글퍼 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나이 들어 방향이 뒤틀리면 되돌려놓을 시간이 없다. 나이 들수록 시간은 금이다. 아직 흘러가지 않은 남은 세월의 강물을 더욱 알차게 뜨겁게 아름답게 흘려보내야 한다. 끝으로 요즘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리아 킴의 “위대한 약속”이란 노래를 소개한다.

 좋은 집에서 말다툼보다 작은 집에 행복 느끼며 좋은 옷 입고 불편한 것보다 소박함에 살고 싶습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때론 그대가 아플 때도 약속한 데로 그대 곁에 남아서 끝까지 같이 살고 싶습니다. 위급한 순간에 내 편이 있다는 건 내겐 마음의 위안이고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벼랑 끝에서 보면 알아요. 하나도 모르면서 둘을 알려고 하다 사랑도 믿음도 떠나가죠. 세상 살면서 힘이야 들겠지만,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위급한 순간에 내 편이 있다는 건 내겐 마음의 위안이고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벼랑 끝에서 보면 알아요.

 하나도 모르면서 둘을 알려고 하다 사랑도 믿음도 떠나가죠. 세상 살면서 힘이야 들겠지만,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젊은이들의 노래 가사가 마음에 와 닿지 않나요?

 안도<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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