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구조조정, 원인규명이 먼저다
조선업 구조조정, 원인규명이 먼저다
  • 조배숙
  • 승인 2016.06.29 1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1위의 우리나라 조선업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논리다.

 정부는 해운, 조선업 등 부실 업종 구조조정을 위해 12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구조조정 추진 시 우려되는 시장영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란다.

 국민 세금으로 기업 빚도 갚아주고 경영 자금도 지원해 준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에만 최근까지 7조원 가량의 국민 세금을 투입하고도 어려우니 또 도와주자는 거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건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정부의 구조조정안 발표 후 조선 3사는 인력과 시설 감축 등을 골자로 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반면 조선 3사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계 구조조정 여파는 노사, 노정간 긴장을 떠나 협력업체와 그 직원들은 물론 일용직 근로자 모두에게 실직의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먼저, 정부의 조선업계 위기 진단과 처방이 타당한가 묻고 싶다.

 조선업 위기는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사태가 위기를 확대시킨 측면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에만 최근까지 7조원 규모의 국민 세금을 투입한 결과치고는 참담하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과실 말고도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무능력한 관리감독의 책임 규명이 먼저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국회 청문회가 불가피한 이유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의 원인 규명에 앞서 이를 조선업계 전체의 위기로 규정하여 획일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건 곤란하다. 조선업계의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생산적이지 못한 사회갈등만 촉발될 수 있다.

 2015년 1월 OECD는 ‘한국 조선 산업과 정부 정책’이라는 평가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업계의 금융 위기가 조선업의 존립 근거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고용 유연성 위주의 정부 고용 전략 역시 위기를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1위 규모인 우리나라 조선업은 자본집약적이자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기능 인력의 기여에 의해 성장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수차례에 걸친 인력과 설비 감축 등의 구조조정으로 우리나라 조선업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하청직원, 일용직 근로자 등으로 유연화 과정을 거쳤다.

 더 이상의 섣부른 구조조정은 경쟁력만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기업의 부실 책임을 조선업계의 애꿎은 근로자들과 하청업체가 떠맡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해운과 조선업 등 부실 업종 구조조정에 투입될 12조원은 국민의 돈이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보다 다음 세대의 희망을 만드는데 국민 세금이 쓰이길 국민들은 원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2016년 2월 현재 우리나라 실업률은 4.9%이며 전체 실업자는 131만 7천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청년실업자가 56만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한 지는 오래이나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긴 연간 2,163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불합리한 노동시장의 현실상 연장근로는 필요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사용자들은 인력이 부족해도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기보다 기존 인력의 근무 시간을 늘려 해결하려 든다. 어떤 직군은 연간 2,833.8시간에 이르는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기도 한다.

 장시간 노동은 근로자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될 뿐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그만큼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다. 최소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만큼이라도 지켜진다면 말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다른 사람의 일자리마저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지 오래다. 두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장시간 노동으로 한 사람이 한다면 결국 두세 사람의 실업을 야기하는 결과가 된다. 먹고살고자 성실하게 열심히 일한 평가치고는 지독한 역설이겠으나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실은 그렇다.

 장시간 노동은 과로라는 복병도 안고 있다. 과로에 의한 근로자의 건강 등 안전문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또한 과로로 인한 노동생산성 저하는 국가경쟁력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일의 1,302시간은 차치하더라도 OECD 평균 근로시간 1,706시간만 일을 해도 먹고살 수만 있다면 사상 최악이라는 청년 실업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본다.

 조배숙<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