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대전환’을 위한 전문성 존중 및 활용
전북 ‘대전환’을 위한 전문성 존중 및 활용
  • 이헌승
  • 승인 2016.06.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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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선무당은 서툴고 미숙한 무당. 선은 미숙하다는 뜻으로 직업적인 무당과 비교할 때 가무보신(歌舞寶神)에 숙달되지 못한 서투른 무당을 의미한다. 무당들은 입무 과정을 거쳐서 사회적 인정을 받아, 신당을 만들어 몸주신을 받들고 굿이나 점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직 완전한 무당이 되지 못한 무당을 선무당이라고 한다. 이 속담은 이러한 미숙한 선무당의 서투른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한국민속신앙대사전, 손대원)

 이 속담은 전문성이 낮아 전문가로서의 역량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 자주 인용된다. 사실 ‘선무당’은 불쾌할지도 모른다. 이들도 가무로 굿을 주관할 수 없을 뿐이지, 신 내림의 영력으로 점을 치기 때문이다. 이를 ‘전문성’에만 초점을 맞춰 음미해보면, 우리는 참 전문성을 지닌 진짜 전문가가 해당 영역에서 그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속담이 여전히 자주 인용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선 아직도 전문성이 제대로 존중되지 못하고 있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우리 사회의 전문성은 독일·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강한 영역도 있지만, 대체로 상대적인 열세이다. 반면 후진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인 우세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더 선진적인 시스템과 문화를 형성하고 전진하려면, 우리 사회는 분명히 이 전문성을 충분히 존중하고 잘 활용하여야 한다. 이는 우리 전북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정신·전통문화에서 강점이 있지만, 사실 정치·경제·사회 등 여타 영역에선 상대적으로 열세인 우리 지역의 경우, 전문성의 존중과 활용은 우리 전북의 ‘대전환’을 위한 절실한 기반이자 원동력이다.

 인사 및 조직 시스템이 선진적이면 전문성이 잘 발휘된다. 이런 조직은 전문가를 잘 뽑고,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며, 전문가가 역량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곳도 적잖다. 역량과 능력을 지닌 박사를 전문성이 낮은 상사가 이끈다면 어떻게 될까? 기술과 예술성을 지닌 장인이 자기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회사라면 어떤 상황이 초래될까?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이끌어 가면, 결국 최선의 의사결정이 곤란하고, 최고의 성과도 창출할 수 없다. 그래서 전문성 존중 시스템은 선진적인 조직과 사회의 필수조건인 것이다.

 사회문화의 개방성·다양성·수용성·민주성이 높으면, 전문성은 더 잘 발휘될 수 있다. 인사 및 조직 ‘시스템’이 비록 기계적인 속성을 지녔지만, 이기적인 사람들의 결집체인 사회나 조직은 분명 문화적인 존재이다. 시스템이 뼈대라면, 문화는 곧 살이자 정신이다. 문화가 선진적이어야, 시스템도 더 선진화된다. 폐쇄성·편향성·배타성·불공정성 문화가 지배하면, 그 사회와 조직은 상대적인 열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와 달리 아직도 상대적인 열세를 지속하고 있는 우리 전북의 ‘대전환’을 도모하려면, 분명 선진적인 문화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전문성을 충분히 존중하고 잘 활용하는 시스템과 문화가 중요하다.

 우리 지역에서도 여러 형태의 인사 및 조직시스템의 현장을 보면, 아직도 전문성 발휘가 구조적으로 억압받는 곳곳을 종종 볼 수 있다. 폐쇄성과 기득권층의 배타성·불공정성이 도전·창업·개척정신을 덮어버리면, 전북 ‘대전환’은 어쩌면 질식될 수도 있다. 새만금·연구개발특구·탄소·농·생명·관광산업은 분명 전북 대전환과 도약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그 ‘충분조건’은 전문성 존중과 활용이 잘 이뤄지는 선진적인 시스템과 문화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헌승<前 전북도 경제분석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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