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연극협회, 대한민국연극제 ‘빈손’
전북연극협회, 대한민국연극제 ‘빈손’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6.06.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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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연극 침체의 늪 빠지나

‘제32회 전북연극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아 전북 대표팀으로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출전한 극단 ‘까치동’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지난 22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폐막한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영예의 대상(대통령상)은 대전 대표팀으로 출전한 극단 나무시어터연극협동조합의 ‘철수의 난’이 차지했다. 금상은 경남 진주 극단 현장의 ‘강목발이’와 강원도 대표팀 속초연합의 ‘카운터포인트’가 받았다. 은상은 서울, 충북, 인천, 부산 대표팀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지난해까지 33년 째 이어온 전국연극제에 서울 대표팀이 합류하면서 명칭이 ‘대한민국연극제’로 변경된 첫 해로 주목을 받았고, 각 지역 대표팀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을 비롯해 코미디류, 역사극류, 풍속극류, 우화극류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연극 16편이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올 연극제의 작품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총평이다. 강영걸 심사위원장은 시상식에서 “작품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원인으로 공연에서의 기본기가 미흡한 문제, 객관성을 상실한 과욕을 절제하지 못한 문제, 창작초연 희곡의 완성도 문제, 연극무대를 향한 진지한 자세의 실종”을 지적했다.

 이처럼 연극제에 출품된 작품의 질이 전체적으로 떨어졌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북 지역은 단체상은 물론 개인상도 수상하지 못하고 돌아와 지역 연극계의 안타까움도 커져만 가고 있다.

 그 어느 지역보다 뿌리 깊고 튼실한 역사를 자랑해오던 전북 연극계가 최근 몇 년 사이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 당혹스럽기까지한 상황인 것.

 특히나 올해 출전한 작품인 극단 까치동의 ‘다시 꽃씨 되어’는 14년 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중학생 압사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소재의 무게감도 상당했던 터라 준비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예산은 물론 기획 등의 면에서도 너무 허술하게 준비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북연극협회를 중심으로 지역 연극계 전반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전북 연극계가 과거의 명성에만 머물러 있는 반면, 최근 몇 년 사이 타지역의 연극계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경쟁력이 확보되고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음을 주목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수상을 한 대전의 경우 대전연극협회 차원에서 꾸준하게 각 극단들에 다각도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올해로 8회째 진행되고 있는 ‘창작희곡공모전’을 통해 전국에서 실력 있는 극작가들의 희곡을 아카이빙하고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매년 공모전을 통해 탄탄한 희곡을 선점하고, 협회 차원에서 3년 동안 저작권을 소유해 지역 극단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

 여기에 머물지 않고‘리딩시어터 페스티벌’을 진행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희곡들이 직접 읽어 보았을 때 어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검증을 받도록 하는 등 각 극단들이 한 편의 연극을 선택하기까지 기초작업부터 탄탄하게 쌓아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상을 수상한 강원도 대표팀의 경우에는 속초지역에서 활동하는 극단 3곳이 힘을 모아 작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무대경험이 풍부한 배우와 연출진 등을 확보하는 등 지역 극단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지역 연극계 관계자는 “배우의 역량에 맞춰 현장에서는 대사도 수시로 바뀌어야하는데 희곡 자체의 문장이 약할 경우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보통 희곡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바닥을 친 결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지역 연극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협회차원의 고민이 절실해졌다고 본다”면서 “문학적인 부분에서부터 스텝 육성, 배우 역량 강화까지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연극관련 사업들을 펼쳐놓고 전체적으로 설계를 다시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두영 전북연극협회 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전북 연극의 침체된 상황에 동감하고, 부족한 부분에 있어서 반성을 하고 있다”면서 “올해의 경우 예산 등의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열악한 지역의 극단끼리 경쟁해 소모전을 하기 보다는 전북 연극의 역량을 응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무대 미술 등 우리가 약한 부문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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