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낙타, 박쥐 그리고 미세먼지
모기, 낙타, 박쥐 그리고 미세먼지
  • 김진태
  • 승인 2016.06.20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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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우리를 귀찮게 하는 모기, 밤하늘을 소리없이 나는 박쥐, 동화 속의 친근한 동물 낙타, 그리고 심적위축을 가져오는 미세먼지 등은 인류가 문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기 이전과 이후에도 생존이나 발달 과정에서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 이름들이다.

 먼저 모기의 경우를 보면 모기가 매개하는 대표적인 법정 질병은 뎅기열, 황열, 말라리아, 일본뇌염 그리고 최근 국제적 문제로 대두한 지카바이러스가 있다. 이들 질병은 대부분 열대지역에서 활발하게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단일종이 이들 질병을 모두 매개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종들의 지역별 활동으로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을 지나 기온이 상승하는 봄부터 작은빨간집모기를 통한 일본뇌염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본뇌염의 출현에 따른 일본뇌염주의보 발령시기가 2014년 4월 20일, 2015년 4월 8일 그리고 올해에는 4월 4일로 점차 앞당겨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월동기를 거치고 산란하여 부화하는 생활사의 변화가 진행되면서 활동이 왕성해지고 있는데 겨울 실종을 의심케 하는 기온상승과 생활여건 변화에 따른 일반화된 난방 등으로 모기들의 생존이 유리해진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전국이 긴장했던 메르스발생 주요 원인으로 낙타가 지목되었다. 낙타를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어 발생한다는 경로가 거론되면서 낙타는 졸지에 경계대상이 되었다. 낙타는 실크로드의 필수요건이며 인류문명 발전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담당해왔던 친숙한 대상이었기에 상당한 충격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낙타가 일반화된 동물이 아니라 방심하기도 했지만, 중동지역의 신종질병이 이처럼 전파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호의적이든 아니든 박쥐 또한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동물이다. 그런데 이 박쥐가 배설한 분변에서 메르스나 사스를 전염시키는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국내 최초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미 외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지만, 국내 박쥐에 대한 유사한 연구결과는 처음 보고되었다. 결코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우리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다행이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원래는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전염된 것으로 알려졌고 2002년부터 유행했던 중국의 사스 전파에도 박쥐가 관련되었다는 보고는 박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대부분 바이러스는 야외환경에서 쉽게 불활성화되기 때문에 그 자체적으로 심각한 위협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바이러스가 매개체를 통해 활성화되고 흡혈이나 섭취과정을 통해 전염되면 심각한 양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속적인 사전모니터링을 통한 신종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대응검토가 필요하다. 그래야 예방백신이나 효과적인 진단기법의 개발이 가능하고 안전한 생활여건이 유지될 수 있다.

 생활양상이 변하고 있다. 야외에서 기르던 동물을 실내에서 사육하거나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그다지 생경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자연환경에서 발생하거나 전파되었던 감염경로는 단축되거나 변하게 되었다. 즉 사람과 곤충, 반려동물, 가축과의 매개관계가 이미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세먼지의 경우 황사와 같은 자연현상이 아닌 화석연료나 내연기관 사용으로 발생한 아주 미세한 먼지 덩어리들이 대기 중에서 화학적 변형을 일으켜 심각한 호흡기, 심혈관 질병원으로 작용하기에 주의를 요하는 것이다. 전기생산과 이동을 위한 화력발전, 자동차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편의성만을 앞세우다 자승자박한 셈이다.

 자연적 원인이든 인위적 요인이든 환경은 변한다. 이런 변화에 우리들의 생활여건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개인과 행정이 힘을 합해 보건과 환경문제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심각한 위협에 노출되지 않고 얼마든지 사전예방이 가능하다. 전라북도민을 위해 전라북도가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김진태<전라북도보건환경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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